[인천시론] 궤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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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작 사건으로 나라가 연일 시끄럽다. 파워블로거이자 경제적공진화모임 대표인 김모씨, 필명 드루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이 네이버 뉴스 기사 댓글 등 인터넷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했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경수 의원이 관여됐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지난 대선 때에도 부정한 여론 조작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도 날로 커지고 있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느릅나무’라는 유령 출판사를 설립하고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온라인 활동을 벌였다.

 

이후 그 대가로 김경수의원 등 여권 인사들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대한 인사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반감을 품고 반정부 댓글 조작을 벌인 것이라고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권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여론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고 이와 관련해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드루킹의 댓글 조작이 있었던 지난 1월 중순 ‘여자하키 남북단일팀 비판’ 관련 기사에 1분만에 ‘공감’을 412건 폭증하게 하는 등 조회 수, 추천 수, 댓글 조작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10% 가까이 급락했다고 한다. 즉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댓글 조작 등을 통해 여론을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역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실제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댓글이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심리학자들은 사소한 댓글이라도 읽는 순간 뇌에 자동으로 해당 정보가 사실로 입력되기 때문에 타당성이 매우 낮고 아무 근거가 없는 댓글도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전체 이용자의 0.9%에 불과한 사람이 댓글에 참여하고 여론을 좌지우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는 상대 후보를 쓰러뜨려야만 내가 산다. 그래서 선거를 흔히 전쟁에 비유하곤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병법가인 손무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에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란 말이 있다. ‘전쟁이란 궤도, 즉 속이는 것이다’라는 뜻으로 이런 간계, 속임수가 지금 우리나라 선거, 정치판에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인터넷 세상 속에서 말이다.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대다수 선량한 국민을 기만하고 여론을 호도한다. 그러나 궤도, 속임수를 써서 당장 눈앞의 선거 전쟁에서 이길지는 몰라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편하기만 하다. 지난 제18대 대선에서는 국가정보원이 댓글 알바 또는 직원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급기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실형을 받고 구속됐다.

 

6·13 지방선거가 이제 5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자기 또는 소속 정당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일단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인기영합적 헛공약을 남발하는 거짓말쟁이 후보는 안 된다. 훌륭한 국가는 훌륭한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처럼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볼 때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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