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12년 12월 이후 아베 내각의 ‘아베노믹스’ 정책에 힘입어 장기간에 걸쳐 호경기(이른바 ‘아베노믹스 경기’)를 지속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경기’는 이미 거품경제기의 호경기(이른바 ‘거품 경기(1986년 12월~1991년 2월)’)의 51개월보다 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호경기가 지속되면서 일본의 고용상황은 급격하게 개선되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한국의 교육부에 해당)에 의하면 2017년 3월말에 졸업한 대졸자 취업률은 97.6%이다. 일본에서는 대부분 대학졸업 전에 복수의 기업에서 취업내정(就職定)을 받고 이를 거절하는 것 때문에 고민을 한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의 취업률을 비교하면 남성 96.9%, 여성 98.4%로, 여성의 취업률이 남성보다 약간 높다. 이는 일본에서 취업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 간에 차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 나비(일본의 취업지원 사이트)의 조사에 의하면 2019년 봄 졸업 예정인 대학생ㆍ대학원생의 취업내정률은 9.5%이다. 졸업까지 1년 이상 남은 시점에 일본의 대학졸업예정자의 10명 중에 1명은 이미 취업 내정을 받은 것이다. 이과 여성의 내정률은 11.9%로, 이과 남자 내정률(10.7%)보다 높다.
이처럼 이과 여성의 높은 취업률 또는 내정률은 일본의 ‘리케조(理系女) 붐’(이과 여자 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리케조’란 이과 대학에 진학하고 싶거나, 이과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성을 의미한다. 문과 출신이라도 이과 직종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리케조’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회사들은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참신한 인재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리케조’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은 ‘리케조’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설명회, 공장연학 등을 대학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리케조’를 응원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한 관민에 의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 중에 하나인 고단샤(講談社)는 이과 여자응원 서비스 ‘Rikejo’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이과 여성의 취업지원을 위해서 정보 사이트(이른바 ‘리케조 나비’) 설치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정부차원에서의 ‘리케조’의 활약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에 빠졌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일본형 장기불황의 구조적인 요인 중의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의 진전이다. 아베 내각 역시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성장전략으로써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상당히 빠른 편이다. 한국 역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러한 정부의 시책이 민간에 확산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국제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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