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책 변화를 예산에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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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정책은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정책 방향이 ‘여성발전’에서 ‘실질적 양성평등실현’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 기존 정책이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았던 여성에게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성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변화와 남녀 모두의 참여를 강조하게 됐다. 최근 미투운동을 계기로 젠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 구성원의 성평등 의식과 성평등문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동일한 맥락이다.

 

경기도는 타 광역자치단체가 부러워할 만큼 일찍부터 여성정책을 선도해 왔다. 여성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행정기구의 지위와 규모, 법적 자원인 조례 등의 추진체계가 안정되어 있고, 성인지 정책 역량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앞으로는 안정적인 추진체계를 기반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 실질적인 예산 운용 전략을 모색하였으면 한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경기도 여성가족국 예산 중에서 실질적으로 성평등 정책에 투자되는 예산은 3.9%이고 대부분의 예산은 보육사업이다. 3.9%에 불과한 성평등 예산의 쓰임도 건강과 복지증진(37.8%), 일ㆍ가정양립 및 가족지원(22.8%), 여성인력개발 및 경제활동지원(20.3%)의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성평등문화확산, 여성인권 및 안전, 참여 확대를 위한 예산의 구성비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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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정부의 양성평등기본계획 시행 이후에도 그 양상은 동일하다. 2016년 경기도 중기재정투자계획을 살펴보면 일ㆍ가정양립 및 가족지원(41.3%), 여성건강과 복지증진 (36.6%)에 예산투자가 집중되어 있다. 2016년 경기도의 양성평등기본계획 이행사업도 일ㆍ가정양립 및 가족지원(34.1%), 여성인력개발 및 경제활동지원(53.2%), 여성건강과 복지 증진(10.8%) 중심이다. 즉, 정책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 실질적인 예산 변화를 구체적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성평등 정책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 사용가능한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시급한 분야의 예산을 확대하면서도, 기존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다방면에 지원되어 왔던 성평등 기금을 성평등문화 확산 또는 참여 분야로만 집중하여 운용하거나, 도민의 관심이 높은 인권 및 안전을 위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증액하는 방안, 성인지 예산 제도를 내실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예산운용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임혜경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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