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다문화라는 용어에 대한 성찰

▲
다문화 교육에 대한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다문화’라는 말을 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어떤 것인가. 청중들은 대체로 교사, 학생, 시민, 공무원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인데, 그들의 대답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집약된다.

 

외국인, 동남아시아인, 조선족, 국제결혼, 다문화가족, 이주노동자, 불법체류자, 범죄, 더러움, 가난 등등… 이처럼 우리에게 다문화라는 말이 환기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에 다문화 현상을 야기한 사람들과 그들에 관한 부정적 특성에 집중된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반 단일민족적 순혈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유행병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본래 다문화라는 말은 한 사회 속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상호 소통을 이루는 긍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오늘날 그 본래의 고유한 의미가 변질되어 ‘우리 사회를 다문화화 하는 사람들’로 고착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들을 ‘다문화 아동’, ‘다문화 학생’, ‘다문화인’이라는 잘못된 용어로 서슴없이 지칭한다.

 

▲
어찌 보면 정부나 공식기관에서조차 이러한 잘못을 주도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정부는 ‘다문화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한다고 하고, 교육부에서도 ‘다문화 학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 내놓고 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왜냐하면 ‘다문화인’이나 ‘다문화 학생’처럼 다문화라는 말을 어느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붙이는 것은 결코 온당한 일이 아니며, 이러한 용어 자체가 이미 배타적인 편견 혹은 차별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 속에 이미 대상을 규정하는 가치관이 깃들어 있다. 특히 그렇게 지칭되는 사람들 대다수가, 특히 우리 사회의 미래 주역이 될 다문화가정 학생이 그렇게 지칭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구분 짓기나 편 가르기와 같은 차별적인 의미가 깃든 방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다문화 관련 용어 사용에 있어 더욱 세심한 주의를 할 필요가 있으며, 용어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