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매미소리와 통계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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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를 밀어냈더니 벌써 여름의 문턱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관악산 자락은 푸르다 못해 농익어 버렸고 어디선가 매미가 날아와 한바탕 울어댈 것만 같다. 요즘 학생들은 매미소리에 별 감흥이 없겠지만 한 교실에서 오륙십 명씩 앉아 공부했던 그 시절은 달랐다.

 

변변한 선풍기 하나 없었던 한여름 교실, 그곳을 찾는 사람은 선생님과 매미소리 뿐이었다. 더위에 지쳐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선생님은 재미난 이야기로 잠을 깨웠다. 창밖에 자리 잡은 매미도 시원한 울음소리로 거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매미소리는 경포대로 부는 바람을 닮았다.

 

경포대 풍경이 변했듯 세상도 변했다. 1980년을 기점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콩나물 교실이란 말은 사라졌고 기온이 오르면 학생들은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달라고 한단다.

 

방과 후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청소년 통계’를 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0.5%이고, 과목별로는 수학이 46.3%로 제일 높았다. 입시제도의 영향도 있지만, 미래세대는 통계를 포함한 수학적 사고능력 향상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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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통계청은 많은 준비를 해왔다. 학생들의 통계 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해 통계패키지 ‘통그라미’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서비스하고 있다. 지역 통계사무소에서는 청소년들의 진로선택을 도우려 통계체험교실을 운영한다. 교실 밖에 또 다른 통계교실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발맞추어 경인지방통계청은 전국 최초로 ‘통계체험 나래센터’를 이달 말 개소한다. 인천사무소에 자리 잡을 ‘통계체험 나래센터’는 지역 청소년들의 통계 활용능력 향상과 통계를 주제로 한 진로체험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더 나아가 지역 맞춤형 통계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런 학습공간 하나가 청소년들이 가진 통계에 대한 갈증을 모두 풀어줄 수는 없겠지만 그 시절 매미소리처럼 청소년들에게 시원한 꿈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남훈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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