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어달 사이에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국들 간의 숨가쁜 줄다리기와 기싸움은 많은 사람을 기대와 흥분에 들뜨게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려와 불안을 자아내게도 한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한반도 문제가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북한과 중국 정상 간의 두 번에 걸친 비밀스러운 만남을 제외하고서라도 한반도는 국제정치 면의 주요 뉴스로 자리 잡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외형상으로 볼 때 남북 정상 간의 DMZ 판문점 회담→북미정상회담의 개최 발표→북미정상회담의 갑작스러운 취소→남북 정상 간의 깜짝스러운 만남과 회담→북미정상회담의 정상적 추진 소식들은 가히 기대와 흥분을 갖게 할 만한 뉴스임에 틀림이 없다.
반면에 내용적인 면에서 볼 때 정전협정→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의제들에는 역사적으로 대내외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일어났던 전쟁의 참화와 위협 속에서 지내온 국민으로서 느끼는 우려와 불안 또한 숨길 수 없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남북관계는 분명히 진전되었고 전쟁에 대한 긴장과 불안 요소도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해소되었음은 매우 다행이다. 이것이 짧은 기간 동안의 정치 이벤트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또한 남북관계는 물론 주변국과의 관계증진을 위한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기여해온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문제는 결코 섣불리 제시되거나 성급하게 결정지어져서는 안 된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어느 종목이든 단지 의욕과 패기만 가지고 승리할 수는 없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과 기량, 그리고 전술적 우위가 뒷받침되어야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국가안보도 이와 같다. 특히 국가안보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전반적인 역량(또는 능력)과 의지가 잘 조화되어야 한다. 아무리 우세한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세계사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적지 않음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혹자는 간혹 이런 주장을 하기도 한다. ‘주한미군 철수는 미군들에게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다줄 것이므로 미국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일 수 있다고. 그러나 우리에게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거론하며 이웃집 불구경하듯이 해선 우리의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정치안보의 전술적 유연성에 적지 않은 저해 요소가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남북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고 금방이라도 남북이 통일되고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으며 곧 영구한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단정을 짓는 것은 너무나 성급한 희망사항일 수 있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전쟁보다는 안락과 평온한 일상의 행복이 있는 평화를 추구함이 당연하다. 안보를 중시하고 군사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전쟁을 추구하고 적대관계를 지속하자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벨 사령관은 “한국이 미군에게 떠나라고 하면 미국은 떠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비단 벨 사령관뿐만 아니라 미국인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이제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대와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미동맹을 잘 활용한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과 한민족으로서의 동반 성장의 묘수를 찾아내야 할 시간이다.
전인범 前 특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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