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왓장에 흰 페인트 글씨를 적어냈을 뿐인데 사찰에서는 1만 원을 받으니 참으로 수익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아내와 함께 사찰에 가서 소원을 빌고 기왓장에 몇 가지 바람을 적었다. 세상사 순리대로 살자고 조금은 추상적인 ‘류수부쟁선(流水不爭先)’을 적으면 아내는 그 틈새에 가족건강, 합격기원 등 나름의 구체적인 소원을 추가한다. 4글자를 써도 20자를 적어도 1만 원을 내면 된다.
그런데 이 기왓장과 관련해서 작은 이야기를 한 가지 전하고자 한다. 우선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은 소원이 적힌 기왓장이 대웅전 지붕은 아니어도 사찰의 어느 건물 지붕에 올려질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소원이 적히지 않은 기왓장이 많이 있었다. 벽채로 채워지고, 더구나 반, 심한 경우에는 14로 잘려서 매몰되는 곳에 소원이 적힌 벽돌을 부수고 잘라서 써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족의 작은 소망이 적힌 기왓장이 반으로, 네 조각으로 잘리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두 번째 소원을 빌어본다. “기왓장에 소원을 적은 분들에게 1만 원 이상의 수익이 있는 소원을 들어 주시고, 다음으로는 더 이상 이산가족을 만들지는 말아주세요. 김소월의 시 ‘초혼’의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처럼 기왓장에 적힌 이름마저 산산이 부서지는 아픔은 누구의 몫인가요?”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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