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듯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북한의 전면전과 기습공격에 대비해서 실시하는 방어용 훈련으로 1953년 한·미 동맹을 맺은 이래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군사동맹의 대들보에 해당한다.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연습하지 않는 축구팀과 같다. 대북 군사적 억제력은 단지 핵무기만의 문제가 아니다.합동훈련을 하지 않는 한미 군사동맹은 ‘죽은 동맹’과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을 철수할 용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세 차례나 반복했다. 그는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면 엄청난 액수의 돈이 든다고 하면서 그처럼 많은 주둔비용이 드는 주한미군이 왜 한국에 주둔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표시해 한·미 동맹을 돈 문제 차원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주한미군의 철수가 지금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가 드러낸 행간의 뜻은 주한 미군의 대폭 감축 또는 전면 철수가 곧 가시화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게 했다.
미·북 정상회담 직후 미국 언론들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CNN은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고 공허한 약속뿐이라고 했고, NBC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민을 죽인 김정은에게 ‘재능이 있다’고 칭찬한 연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AP통신은 회담 자체를 실패한 회담으로 규정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언론들은 트럼프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훈련을 일종의 ‘도발’로 인정한 것은 북·중·러 가 거둔 전략적 승리”라고 했다.
사실 금번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에는 비핵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기대했던 북핵 폐기 로드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정세를 바꿀 역사적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한·미동맹과 한국의 안보 우려를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결국 트럼프는 그동안 북한과 중국이 북핵 해법으로 연이어 주장해온 ‘쌍중단(雙中斷,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중단)’을 받아들인 꼴이 됐다.
우리는 지난 1993년 1차 핵 위기 때 북한이 핵사찰을 거부해 한·미가 중단했던 연합훈련을 재개하기로 하자 북한이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반발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는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에 대해 얼마나 확실한 비핵화 압박 카드인지 반증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의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은 우리의 안보는 의중에 없는 듯하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핵 담판은 고위급회담에 책임이 넘겨지고 한·미동맹과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약화되고 있는 한·미 동맹과 흐려지고 있는 북핵 폐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대응책과 지혜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시점이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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