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일기예보에 대한 착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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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을 위한 변명’, 오래전 중견 언론인이 기고한 칼럼의 제목이다. 그는 무엇을 변명하고자 했을까? 2006년에 있었던 황사 예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해서 기상청장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쓴 글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국민들에게 일기예보만큼 제대로 가치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해 쓴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일기예보가 어느정도 정확하고 얼마만큼 신뢰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인류의 사회경제적 활동사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마다 기상이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수없이 많다.

서양에서는 1588년 영국을 공격하려던 스페인 무적함대가 폭풍우로 인해 패배한 것,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독일군과 상반된 일기예보를 통해 극적인 성공을 안겨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사례를 들 수 있겠고, 208년 중국 삼국시대 제갈량이 안개 예보를 활용해 10만개의 화살을 공짜로 얻은 일이나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미리 알고 조조의 대군을 궤멸시킨 사건은 기상예보를 활용한 압권에 해당하는 기록들이다.

그렇지만, 180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기상 현상이나 지진 등 자연에서 일어난 일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예측하였다기보다는 하늘의 도움으로 큰 일을 성공적으로 도모했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당시 기상을 과학적으로 분석 예보하여 최고결정자에게 제공하고 난 후 승리로 귀결된 경우에는 그 예보의 정확도나 사용자의 만족도를 곧바로 평가받을 수 있었기에 기상사(史)에서 큰 획을 그은 경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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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레저 등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으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기상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기예보가 항상 정확하다면 논쟁을 일으킬 소지도 없을 뿐 아니라 잘 활용한다면 큰 이익을 창출해낼 수도 있을텐데, 불행하게도 자연 현상인 대기의 흐름을 100%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현대과학 기술의 한계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점은 무엇으로 보완할 수 있을까? 바로 인간의 몫이다. 예보자는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으로 보완해 나가야 하고, 정보 사용자는 정보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관심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 결정자가 자신의 정보 내에 한계 또는 리스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정보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진다는 것이다. 마치 경제전망 정보나 주식 예측전망 정보와 비슷한 경우다. 기상정보가 가진 가치에 대한 평범한 진실을 찬찬히 되새겨볼 때다.

 

김성균 수도권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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