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기업들의 반발과 일부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2016년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코드 도입 및 시행 이후 일본 상장사의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는 변화가 없고, 실효성이 불분명하다”고 주장했고, 코드 도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ㆍ영국 등과 달리 한국은 도입 목적 자체가 재벌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목적이 강하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또 코드 도입 반대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의 대주주로서 기업에 대한 경영 관여는 자유 시장주의를 해치고 연금 사회주의를 불러올 수 있고, 공적 성격을 갖는 기관투자자는 정부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의 외압에 의한 찬성 논란이다. 미국의 헤지펀드(단기 투기자본) 엘리엇은 국가 간 소송(Investor-State Dispute, ISD)을 통해 삼성물산의 합병 찬성으로 인한 피해가 6억7천만 달러(약 7천200억 원)로 이의 손해배상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코드 도입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등의 기관 투자자들의 주주 활동으로 재벌 대기업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불투명한 경영에서 투명 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 기업의 잘못된 경영 판단 및 의사결정 등을 지적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을 줘 일시적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코드 도입의 찬반 여론 속에 정부(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스튜어드십·책임투자 연구’를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했다. 연구 결과는 국민연금의 코드 참여를 적극 권고했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큰 대안들을 제안했다고 한다. 연구 보고서에서는 “국민연금은 초장기 투자자로서 기금운용에 여러 세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현재의 이익을 추구하는 특정 행위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게 하려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편, 한국 기업들이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되고 있는 ‘코리아 디카운트’ 문제는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에서 크게 기인한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나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현실의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 및 기업 가치는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부분 오너 중심의 순환출자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는 기업 집단을 형성,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해 1인 경영체제에 의한 오너 리스크가 커서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직원 및 협력사 갑질과 불법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사례처럼 한국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수년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은 대부분이 주식회사다. 주식회사의 특성 중 하나인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 등으로 말미암아 대다수 주주가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경영진에 의해 무시돼 온 것이 현실이다. 코드는 이러한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할 개연성이 높아 기관 투자자들이 주인으로서 대리인(경영자)들의 투명 경영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가이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헤지펀드 엘리엇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점이 있다. 헤지펀드는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저평가되었거나 기업 지배구조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들만을 골라 투자하고, 배당금 등 단기이익 극대화, 적극적인 주주 활동, 국가 간 소송 등을 업으로 하고 있다. 외압에 의해 코드의 원칙과 목적, 독립성 등이 훼손될 경우, 헤지펀드에 의해 한국 기업 및 국가는 막대한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코드의 독립성과 투명성 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코드 도입 자체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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