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펠레 스코어가 재미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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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가장 재미난 스코어는 몇 대 몇일까? 3:2 펠레 스코어다. 한 점을 내면 한 점을 따라붙는 공방전, 물고 물리는 난타전,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역전, 환희와 절망의 교차 쌍곡선을 그리는 점수가 바로 3:2다. 그래서 펠레는 3:2 승부가 축구에서 가장 재미난 점수 차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16강전 경기는 4:3으로 펠레 스코어를 넘어 더 재미난 경기였다.

 

4년마다 돌아오는 축구 전쟁 월드컵, 수십억 명의 시청자가 밤잠을 설치며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경기가 재미난 건 많은 점수 차보다 시간이다.

90분 경기를 5점으로 나누면 18분, 7점으로 나누면 13분마다 한 골씩 점수가 터져 나온다. 인간 뇌의 집중력 한계는 보통 20분, 재미있는 드라마도 20분 간격으로 중요한 장면이 연출되고,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 시간도 매회 15~20분이다. 같은 한 골 차의 승부라도 지속적으로 골을 넣는 경기가 더 흥미진진하다.

 

둘째, 초반보다 뒤로 갈수록 골이 더 많이 나온다. 호날두(스페인-마드리드)는 “골이란 케첩과 같다. 쥐어짜도 안 나오다 어느새 터지기 시작하면 엄청나다”라고 말하였다. 이번 월드컵 예선 48경기 122골 중 27골(22%)이 후반 마지막 10분과 추가시간에 나왔다. 우리의 삶도 인생의 전반보다는 후반에 골이 나올 확률이 높고 그 골이 더욱더 짜릿하다.

 

셋째, 바람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이다. 메시는 “맹세컨대, 내가 월드컵을 들고 나의 조국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기록과도 모두 바꿀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의 바람은 이번에도 현실이 되지 못하고 월드컵 무대에서 쓸쓸하게 퇴장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같은 새로운 스타에게 기대를 걸게 된다.

 

넷째, 공은 둥글고 승패는 경기가 끝나야 알 수 있다. 전 대회 우승팀 독일을 상대로 조현우의 신들린 선방과 후반 김영권의 선제골과 손흥민의 쐐기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태극 전사들이 뛴 거리는 118㎞로 독일보다 3㎞ 이상을 더 달렸다. 막판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는 손흥민 선수가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조별리그 멋진 골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희망 속에 현재라는 기회가 있다”는 호날두의 말처럼 현재의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말처럼 우리의 축구 혼(2002년 월드컵)을 찾아 그 뿌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축고창신(蹴古創新)이 필요하다. 즉 우리의 현실에 우리나라에 맞는 창조적인 축구를 개발하고 만들어야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현대 경영의 대가인 톰 피터스는 “일을 할 때 첫 번째 전제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일할 때 재미없으면 당신은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아라. 즐겨라!” 라고 말하였다. 재미와 감동은 승리도 즐겨야 하지만 패배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노력과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과정이 중요하다.

 

각자의 인생에도 재미와 감동의 펠레 스코어를 만들어 보라! 그러면 당신은 성공한 것이다. 내가 지금 뒤지고 있다면 승리의 그 순간을 위해 달려라. 인생은 한 번 지면 탈락하는 녹다운 방식이나 벼랑 끝 승부가 아니라 긴 마라톤과 같이 인내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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