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땐 더 심해” 거주민들 고통 공장 오폐수 고의적 방류 의심도
장안구청 “하수·빗물 몰리는 곳 하천하류 위치 구조적 해결 불가”
수원 서호천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최근 장맛비 이후 ‘시궁창 냄새’에 시달리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4일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일대 아파트 거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내내 원인 모를 악취가 서호천 인근 아파트단지와 어린이집 등에 진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악취는 아침보다는 밤에 심해 오후 7시께부터는 고층에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까지도 불쾌함을 느낄 정도다.
한 아파트 10층에 거주하는 40대 전업주부 A씨는 “이틀 동안 비가 많이 와서 어제(3일) 미세먼지가 없다기에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분뇨 냄새가 나 황급히 닫았다”며 “저녁에 남편과 딸이 집에 돌아와서도 ‘이게 무슨 냄새냐’고 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다른 아파트 8층에 거주하는 B씨도 “하수구에 쓰레기가 썩은 듯한, 말 그대로 ‘시궁창’ 냄새가 밤새 퍼졌는데 서호천에서 흘러온 것 같다”며 “장마 때 물이 넘쳐서 그렇겠거니 생각하면서도 예년보다 악취가 심하니까 원인이 무엇일까 의문이 계속 남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서호천 인근을 돌아본 결과 모든 아파트단지 내에서 악취가 난 것은 아니지만 서호천에 가까운 단지일수록 쓰레기 냄새 같은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것을 확인했다. 서호천에 가까이 다가가면 일부 구간에서는 주민들 말대로 분뇨 냄새도 났다. 매년 서호천에서의 악취는 반복된 편이었지만 올해는 특히 심각해 주민들은 장마ㆍ태풍을 노려 누군가 고의적으로 오폐수를 버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장안구청 측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총 6차례 현장점검에 나섰다. 구청 관계자는 “서호천이 하천의 하류 지역이다보니 하수와 빗물이 모여 악취가 심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류 지역의 ‘합류식’ 하수처리를 ‘분리식’으로 개선하면 악취 문제는 나아질 것이라 보지만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고, 지리적으로 하류에 위치해 구조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현정잠검에 나서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대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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