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있는아침] 어머니의 숲

[시(詩)가있는아침] 어머니의 숲

어머니가
황금색 베 두루마기에 베 족두리를 갖춰 입고
훌쩍 고향 숲으로 떠나셨다
효 요양원 이라는 회색의 섬
뿌리 내릴 수 없는 숲 속에서 
똑같은 헤어스타일 속의 한그루 고목나무로
창밖 노을만 바라보던 5년여
가뭄에 콩나듯 얼굴 내밀던 자식들 얼굴
곱게 눈속에 담은 채 아버지 옆자리
고향 숲으로 가셨다

어머니는 이제
잠자리 날개처럼 앞섶이 팔랑 거리던
하얀 모시적삼 차려입고 돌아오는 한가위에는
버선코 같은 송편을 빚으며
꼭두서니 색깔 맨드라미꽃 핀 기주떡을 쪄내고
보름달처럼 노랗게 떠 있는
계란 수단을 뜨실 것이다

오월의 어머니 숲은 짝을 찾는 뻐꾸기 울음소리
장끼의 고운 날개 푸드덕거리는 소리
품어 안으며 날로 날로 윤기를 더 해 가는데
오늘도 어머니의 숲에서 하얀 나비 한 쌍
이리저리 날며 어우러진다

▲ 황영이
▲ 황영이

황영이 
충남 당진 출생. <국보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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