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지금이 군축 과속 페달을 밟을 때인가

▲ 유영옥
▲ 유영옥

우리 정부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미국과 남북한이 거둔 위대한 승리라고 자평하고 있으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이 가시적인 성과 없이 끝나면서 미국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비핵화 진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북미 양국은 기대했던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협상과 검증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이 핵탄두와 시설을 축소ㆍ은폐하고 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까지 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북핵 로드맵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4ㆍ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비무장지대(DMZ) 전방초소(GP) 및 포병부대 등의 후방 배치와 전방 핵심부대 후방 철수까지 포함하는 4단계 군축 방안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우리 정부가 남북평화 무드에 젖어 너무 앞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군축문제는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에 대한 보상책으로 주어져야 할 사항들이다. 북한의 군사적 상응조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 조치로 군축을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남북 4단계 군축 협상안에 포함될 해병 2사단과 7군단은 전방 핵심부대로 서해 5도 및 수도권을 방어하는 핵심 전력이다.특히 7군단은 유사시 주한미군 2사단과 연합, 평양 진격을 목표로 하는 부대로서 우리 육군의 중핵이다.더욱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킬 체인(Kill C hain),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3축(3K) 체계사업도 중단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군은 ‘3축체계’ 표현까지도 뺏다.

지금 군 일각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중단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하여 안보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훈련하지 않는 동맹은 군사적 의미에서 동맹의 무력화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금년에 중단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내년부터는 ‘을지태극연습’이란 명칭의 한국 단독 민관군 합동훈련으로 바뀌어 실시된다. 이는 사실상 UFG훈련을 폐지하는 수순으로 비쳐지는데, 유사시 양국군 협조체제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당초 금년 5월에 확정할 예정이던 ‘국방개혁 2ㆍ0’은 방향을 잃으며 표류하고 병력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은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우리정부의 움직임은 북한이 SLBM의 탑재가 가능한 3천t급 신형잠수함을 건조하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정상가동하는 등 북핵문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북핵 제제와 협상 그리고 억제라는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적인 방향과도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주지하듯이 11월 중간선거가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핵 협상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당리당략적 절박함이 있다. 북한은 그러한 미국의 정치일정을 파고들어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시간을 끄는 전략을 구사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핵문제는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 비핵화와 안전 보장, 관계 개선을 동시에 하겠다”고 물러선 것도 지금 당장은 대북 핵협상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고육책이다. 우리의 안보와 트럼프 정부의 이해관계는 100% 정비례관계에 있지는 않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전모를 신고하는 정도의 로드맵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성급하게 군축에 과속 페달을 밟는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안보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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