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급 폭염’ 피해 키운 경기도… 5월에 이미 대책 매뉴얼 제작했지만 제대로 이행 안해

담당 공무원 계속 교체 연속성 떨어져… 최악의 인재

▲ 폭염에 지친 시민들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서 경기도의 늑장 대응, 망언 논란과 함께 수백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본보 7월27일자 1면, 30일자 2면) 가운데 도의 유명무실한 폭염 대책 매뉴얼마저 확인되면서 총체적 난국을 빚고 있다. 도가 지난 5월에 이미 올해 폭염을 예측하고 분야별ㆍ시기별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대책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며 사실상 최악의 ‘인재’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6일 도와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 온열질환자는 500명을 넘어섰지만, 도 전역을 강타한 최악의 폭염은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 내내 계속된 폭염특보(일 최고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가 유지될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폭염 속에서 도내 피해가 단순 늑장 대응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본보가 도 재난안전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경기도 2018년 폭염대응 종합대책’을 보면 도는 올해 극심한 폭염을 예측하고 부서별 폭염특보시 대처방안, 시기별(단기ㆍ중장기적) 대책, 폭염 대비 안전 인프라 확보 계획 등을 마련했다. 종합대책은 지난 5월께 제작, 도 노인복지과와 축산정책과 등 도내 관련 부서로 배포됐다.

 

대책 매뉴얼이 배포되고 두 달이 넘게 지난 시점에서 결국 도를 비롯한 관계기관이 대응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종합대책에는 무더위 휴식시간제, 취약계층 보호 강화 등이 명시됐지만, 도는 도내 첫 폭염 특보 발효(6월 23일) 한 달 후인 지난달 27일에서야 시ㆍ군을 대상으로 공문을 발송해 뒤늦게 점검 및 강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도가 당초 계획했던 중장기 대책, 폭염 대비 안전 인프라 확보 역시 지지부진하게 이뤄진 것을, 도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 도는 중장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도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폭염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태다. 또 인프라 확보를 위해 쿨루프, 쿨링포그 설치 등을 계획했음에도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적극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7월 중순에 도내 폭염 TF에서 중책을 맡은 공무원이 장기휴가를 떠나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폭염 TF에서 두 번째로 높은 책임자인 A씨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한 달간 휴가를 떠나면서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자리는 현재까지 사실상 공백으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김정훈 도 안전관리실장은 “매년 대책을 각 부서와 시ㆍ군에 전달하고 있지만, 관련 담당자들이 계속 바뀌면서 업무의 연속성ㆍ전문성이 떨어져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 같다”며 “올해 폭염을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의 대책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씨 휴가와 관련해서는 “올해와 같은 기록적인 폭염을 예상하지 못해 사전에 일정을 조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여승구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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