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고용·복지 균형 ‘황금삼각형’ 완성돼야 궁극적 성장”
송호근 서울대학교 석좌교수는 대한민국의 궁극적 성장을 위해서 ‘황금삼각형’이 완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 교수가 강조하는 황금삼각형이란 성장, 고용, 복지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세 요소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형태를 말한다.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그간 정부 정책허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어온 송 교수는 “정부가 최근 주 52시간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놓았지만 현실과 정책 목표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며 “성장, 고용, 복지 중 어느 하나라도 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본보는 24일 송 교수에게 현재를 진단하고 경제, 복지, 성장에 대한 해법과 미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황금삼각형’ 전제 없인 경제 성장 힘들어”
송 교수는 최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10.9% 최저임금 인상 등이 시행되며 노동시장 개혁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노동시장을 옥죄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까지 사업장을 반으로 쪼개려는 편법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는 준비한 제도를 만들어 도입하긴 했지만 노동 현장과 정책 목표의 괴리가 생기고 있다. 정부의 목표와 노동 현장은 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고 꼬집었다.
먼저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가에서 쓰고 있는 ‘노동 사무소의 활성화’다. 약 8천만 명의 인구가 있는 독일의 경우 전국적으로 노동 사무소 500개가량이 설치돼 있다. 현장에 있는 전체 노동자들을 세분화시켜 그들의 현황을 세밀히 파악하고 알맞은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2천만 명 가량의 노동자가 있다. 알려진 바로는 한국은 노동사무소가 전국에 100개 정도에 그친다. 이마저도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근무제도 등이 도입되면 이렇다 할 상황 대처를 하지 못하는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정책과 현실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한국 노동자 10만 명씩 쪼개서 이들을 전담할 노동 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문제를 떠안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노동자 수를 세밀히 쪼개서 들여다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복지비용과 임금에 대한 균형’이다. 송 교수는 “정책이 변화할 때마다 고용주들이 급격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고용주가 새로운 제도, 정책에 익숙해질 때까지 복지비용과 임금에 대한 균형을 적절히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복지 비용을 높게 책정하면 그만큼 임금을 하향 조정하고, 반대로 임금을 올리면 그만큼 복지 비용은 낮춰서 복지와 임금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그는 “복지와 임금이 모두 충족되면 좋지만, 당장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면 둘 다 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며 “고용주의 부담은 곧 노동시장의 경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복지 비용과 임금에 대한 초기 협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노조가 자체적으로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방법이다. 그는 “연봉 1억 원씩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을 줄여서라도 해고되는 하청업체 사람을 붙잡아야 한다”며 “하청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단가를 인상시키는 조건을 달아 임금 동결 등의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청기업이 성장하면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곧 성장으로 이어지며 복지가 늘어나게 된다. 그 복지는 결국 다시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송 교수의 황금삼각형 이론이다. 그는 “한국은 소득주도성장이 황금삼각형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데, 노동시장을 뒷받침할 제도 자체가 미비하니까 임금 조정 등의 양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세금 걷어서 복지에만 투입만 하는 모양새인데, 결국 재정 적자로 이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복지정책,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 구분해 정책 펼쳐야
송 교수는 복지 정책을 펼칠 때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를 ‘특정 인구 집단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복지 혜택’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 예시로 청년수당과 공공산후조리원을 꼽았다. 그는 “청년수당은 청년들의 사회적응수단이라는 기능을 넘어 취업까지 가야 하는 디딤돌 복지”라며 “결국 보편적 복지는 사회 전반에 깔려 있어야 하는 복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층에 특정 인구 집단이 절실하게 필요한 복지를 깔아 놓고 그 위층에다가 선별적 복지를 쌓아 올리는 것이 순서다”라면서 무상교복, 친환경 급식 등을 선별적 복지의 예로 꼽았다. 한 가지의 보편적 복지를 만들어 놓고 부가적으로 선별적 복지라는 가지를 쳐야 한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또 “복지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특수한 형태의 공익인지, 아니면 보편적 공익인지, 일반적인 공익인지를 기준으로 두고 구분해야 바람직”이라며 “정책의 기능을 어떻게 바꿔주느냐에 따라 복지 정책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 “기업은 하나의 시민과 같아… ‘공유시민 정신’으로 나아가야”
최근 송호근 교수는 책 <혁신의 용광로>(나남刊)을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과 기업문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기업들이 미래 50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유시민 정신’을 핵심가치로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유시민은 같이 살아가는 시민을 뜻한다. 이제는 기업들이 공익이란 개념을 애국심에서 시민성으로 전환하면서 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시민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송 교수는 조언했다.
경기도에도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기업들이 위치해 있는데 이들 기업에게도 역시 공유시민 정신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기업도 일종의 시민과 똑같다. 기업은 사회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고 시민들은 이를 공유해야 한다”며 “결국 기업은 고용을 늘리고 협력사와도 상생하며 동반성장을 통한 사회적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1등 기업이라 평가받는 삼성전자가 선두에 나서 기업의 바람직한 미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노동 환경, 복지 제도, 환경 개선 기여 등 사회 공헌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 무슨 모델을 내세우고 있는지 판단할 수가 없다”며 “정치권, 국민들에게 지탄받을까 봐 선도적인 모델을 선보이기는커녕 몸을 더 움츠리는 모습만 보인다. 삼성의 구심력이라는 게 자꾸 안으로만 들어가는 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 등 굴지의 기업들이 사회적인 활동을 과감하게 하면서 기업의 바람직한 미래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기업도 한 명의 시민으로 구분하고 이들 기업이 공유시민 정신을 펼칠 수 있게 국민이 그 폭을 넓혀 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이 앞장서 나가는 기업들에게 비판과 지탄이 아닌 국민적 성원, 긍정적인 메시지 등 격려를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허정민기자
송호근 교수 주요 약력
▲ 2018~ 서울대 사회학과 석좌교수
▲ 2006~ 서울대 대외협력본부장
▲ 2002~2004 서울대 사회학과 학과장
▲ 1999~2002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
▲ 1998~ 서울대 사회과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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