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미래, 길을 묻다] 우계 성혼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도덕적 인재 키워야 道 미래 보장

▲ △서울대 경영대학 수료, 국방대학원 수료 △국방부 재정국 회계과장ㆍ감사관 역임 △국방부 국가공무원 3급 △(주)한화그룹 사업본부장ㆍ제3석유대표이사 사장 △현(現) 우계문화재단 이사장
지식과 행동,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함을 이르는 지행일치(知行一致)와 언행일치(言行一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직자들이 가져야 할 필수적인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 간 우리나라 정치계에는 지행일치와 언행일치를 이루지 못한 이가 많으며, 역사적으로 되돌아봐도 이를 이뤘다고 평가받는 공직자가 근ㆍ현대에는 전무한 편이다. 과거 고대 중국시대부터 동아시아권에서는 공직자에게 청렴해야 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성현의 가르침을 깨우쳐 백성들에게 베풀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경향은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성리학이 국가의 주요 이념으로 자리잡게 되자 더욱 짙어졌다. 과거 시험 합격을 통한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양반층 대다수의 목표가 됐고, 나라에서는청백리(淸白吏ㆍ청렴결백한 관리) 제도라는 공무원 격려 원칙을 근간으로 국가 발전을 도모했다.

■ 도덕적 인재 육성… 청렴·공정사회 만들어야

조선시대 청백리에 선정된 218인 중 한 명인 황희(黃喜) 정승과 맹사성(孟思誠) 등의 사례를 통해 조선의 국가 주요 이념인 성리학이 관료들에게 청렴함과 지행ㆍ언행일치를 얼마나 강조했는지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중기를 대표하는 성리학자인 우계 성혼(牛溪 成渾ㆍ1535~1598)은 “‘출처관’ 이 뚜렷한 교육자를 중심으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도덕적 실천이 가능한 인재를 육성해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경기도의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계 성혼은 “시대의 변화를 잘 헤아려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주가 고향인 우계 성혼은 국가와 민생에 대한 우환의식(憂患意識)이 비슷했던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와 동네 친구 사이였다.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으면 주저 없이 지적해 고칠 것을 권고했던 둘도 없는 지기이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이 있으니 구봉(龜峯)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들 세 사람을 파주 삼현(三賢)이라고 불렀다.

 

■ 시대의 흐름을 잘 헤아려 가장 낮고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야

우계 성혼은 생전 실천을 강조한 정치가이자 성리학자, 철학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시대는 늘 변화하니 시중을 잘 헤아려 형편과 경우에 따라서 일을 융통성 있게 잘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현 시점에서 경기도는 현재 산재한 도내 구체적인 문제를 논함에 있어 시대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경기도에게만 촉구한 것이 아니며 정부차원에서의 시대 흐름의 포착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 내용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몇 년간 설왕설래했던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문제와 대미 철강 수출ㆍ대북 교류 문제와 함께 지난 6ㆍ13 지방선거를 통해 새 도정이 구성된 만큰 31개 시ㆍ군 협치 시에도 시대 흐름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우계는 “이런 정책과 비전의 실천을 위해서는 ‘기본’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의 가르침은 높고 먼 곳이 아닌 낮고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는 말로 ‘지행일치’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낮고 가까운 곳’ 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기본을 강조했다.

 

그는 평소 ‘소학(小學)’ 을 매우 중시해 학생들이 처음 문하에 들어오면 빗자루를 들어 마당 쓸고 걸레로 방을 닦는 쇄소응대(灑掃應對)를 시켜 학문에 앞서 인성교육을 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상에서 내가 속한 장소부터 쓸고 닦는 것이 곧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한 만큼 실천을 위한 교육에는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전제돼야 함을 알렸다.

 

■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도덕적 실천에 집중해야

우계는 율곡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추천해 관직을 수십 번 제수 받았지만 그는 결코 출사하지 않았다. 우계, 율곡, 구봉 삼현(三賢)은 수백 명의 제자들을 양성했다. 그 중 우계는 벼슬을 사양하고 서실(書室)을 세워 22개조의 학규(牛溪 書室儀)까지 제정하고 공부지침서(爲學之方)까지 정해서 40여 년 동안 가장 많은 후학들을 길러냈다.

 

이 중 상당수의 구절이 ‘소학(小學)’과 연관돼 쇄소응대 뿐만 아니라 학생들끼리 서로 공경하고 공손하며 겸손할 것을 교육의 덕목으로 삼았다. 또 제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과업을 스스로 점검하고 의리를 사색해 이를 실천하게끔 만들었다. 이는 현재 지식교육에 집중된 우리나라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입식 지식교육은 대학 입시교육과 취업까지 연계돼 있으며 인간을 인간답게 기르는 교육에는 뒷전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이에 우계 성혼은 ‘위기무실지학(爲己務實之學)’을 제창하며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일침을 가했다. 위기무실지학은 일상에서의 자기 인격을 도야하는 자아실현의 공부와 실질에 힘쓰는 학문을 나타내는 말로 ‘서실의 22조’에 나타난 것처럼 인성교육을 통한 자기관리와 다른 사람과의 협동심 등을 생각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람이 바둑을 두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우계 성혼은 이럴 때일 수록 인간을 인간답게 기르는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제창한 것이다.

이런 우계 성혼의 밑에서 임진왜란 때 목숨을 바쳐가며 의병 활동에 나섰던 중봉 조헌(重峯 趙憲)과 망암 변이중(望庵 以中), 경수 김덕령(景樹 金德齡) 등과 서얼등용과 같이 시대를 앞선 의견을 보인 추탄 오윤겸(楸灘 吳允謙) 등 200여 명의 제자들이 양성된 점은 우연이 아니다.

 

아울러 인재 등용에 관해서도 재주만으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의 됨됨이를 봐야한다고 첨언했다. 특히 공직자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게 공적 가치와 사적 이익의 충돌인 만큼 공리와 공익을 중시하는 공적 마음의 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계 성혼은 이기일발설(理氣一發說)을 주장해 인의예지로 대변되는 인간의 본래 순수한 기질인 ‘이’와 칠정으로 대변되는 기운과 실체인 ‘기’가 한꺼번에 발한다고 주장했으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채 도덕적 실천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개개인이 각자의 주체적인 성실성인 실심(實心), 실공(實功), 실천(實踐)이 하나된 무실(務實)의 학문을 닦는다면 공리와 공익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 성호경 우계문화재단 이사장

■ 민심의 향배가 곧 천명이자 치란(治亂)의 요인

우계 성혼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당시 임금 선조에게 △부역법 등 나라를 좀먹기 시작한 민폐를 바로잡을 것 △혁폐도감을 설치해 민생을 안정시킬 것 등을 건의하며 ‘적폐청산’을 주장한 바 있다. 이는 31개 시ㆍ군에 산재한 적폐를 대하는 도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늘이 보는 것은 우리 백성들로부터 보고, 하늘이 듣는 것은 우리 백성들로부터 듣는다” 라는 우계 성혼의 말마따나 민심의 향배가 곧 천명이자 치란의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400여 년 전 그가 주장한 혁폐도감의 설치를 통해 민심을 듣고 그에 맞는 적폐청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적폐청산에 그치지 않고 적폐를 청산해 낸 진보가 세월이 흐른 후 적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감시와 민중ㆍ지도층 차원의 피드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기존의 적폐가 처음부터 적폐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인 물처럼 썩어온 점을 생각하면, 현재의 진보도 그가 말한 “시대는 늘 변화하니 시중을 잘 헤아려 변통을 잘해야 한다” 이라는 구절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는 지난 6월 기준 인구 수가 1천2백97만 명으로 전국 전체 시도 인구의 25%(1위)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상당한데다, 지난 2016년 기준 GRDP(지역내총생산)도 373조 3천290억 원으로 전국의 22.7%(1위)에 이르는 등 전국에서 무시하기 힘든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한 지역이니 경기도가 좋은 선례가 되면 대한민국 전역에 적폐청산 바람을 본격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물론 그에 따른 전제 조건은 교육을 통한 올바른 후학ㆍ공직자 양성이다.

 

우계 성혼은 생전 관료로서의 모습보다 교육자ㆍ철학자로서의 모습이 더욱 부각된 인물인 만큼 현대 사회에서 정치권에 들어가고자 안달하는 폴리페서(Polifessor) 기질이 있는 학자들을 경계하고, 스승은 스승답게 자기 자리를 꿋꿋이 지키면서 제자를 키우는 출처관이 뚜렷한 스승이 많이 나타나야 함을 촉구했다.

대담=성호경 우계문화재단 이사장

정리=권오탁기자

사진=전형민기자

 

성호경 우계문화재단 이사장 주요 약력

▲서울대 경영대학 수료, 국방대학원 수료

▲국방부 재정국 회계과장ㆍ감사관 역임

▲국방부 국가공무원 3급

▲㈜한화그룹 사업본부장ㆍ제3석유대표이사 사장

▲ 현(現) 우계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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