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 정신으로 새 문명 개척하는 것이 경기도의 사명
그중에서도 다산 정약용은 각종 사회 개혁사상을 제시하며 나라를 새롭게 만들고자 노력한 실학자다. 그의 개혁안은 ‘경세유표’ㆍ‘흠흠신서’ㆍ‘목민심서’ 등을 통해 현재까지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이들 저서는 유학의 경전인 육경사서에 대한 연구와 사회개혁안을 정리한 것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정약용 선생은 관리가 지녀야 할 덕목과 펼쳐야 할 정책 방향을 ‘목민심서’에 제시했으며 특히 애민, 봉공, 율기를 강조했다. 지난 2012년 유네스코에서는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자 했으며, 지속발전의 가치를 추구했던 정약용의 삶과 업적이 유네스코의 이념과 일치한다’고 인정해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했다.
그의 사상이 깃든 실학의 의미와 과제를 재조명해보고 다산 정약용이 추구했던 사상을 통해 경기도 미래의 갈길을 모색해 봤다.
■ 목민심서의 핵심은 ‘청렴’… 청렴 없이는 공정도 없다.
목민심서는 다산 정약용이 수령들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히면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저서다. 목민심서를 들여다보면 오늘날의 정치인, 기업인, 공무원 등이 지켜야 할 지침도 폭넓게 나와있다. 다산 정약용은 “저서 500권을 들여다보면 개념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엔 세상이 공정해야한다는 개념으로 통한다”며 “공정하려면 청렴은 필수적이다. 청렴 없인 공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으로 목민심서는 어떻게 공정하고 청렴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공직에 몸담고 있는 이들과 지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지침서를 목민심서로 만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백성이 스스로 나라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면 그 나라를 얼마 가지 않아 망한다”며 “부패하지 않고 썩지 않은 나라를 만들려면 결국 공정해야 하는데 공정하려면 청렴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목민심서는 총 12편으로 돼 있는데 그 중 한편이 ‘율기(律己 : 자기 자신을 다스림)’다. 부정부패로부터 자기 자신이 얼마나 멀어지느냐는 내용을 다룬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논리는 ‘청심(淸心)’, 청렴한 마음이다. 다산 정약용은 “공직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청렴해야만 삶의 가치가 구현된다”고 첨언했다.
■ “국가는 여섯 종류의 사회적 약자 돌봐야 복지국가 완성”
다산 정약용은 사회적 약자를 6가지로 분류했다. 노인, 유아, 질병자 및 장애인, 사람이 죽은 집안, 고아, 과부 등의 궁한 사람들, 재난 피해자 등이 그들이다. 사람이 죽은 집안 경우 제사 치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사회적 약자로 분류했다.
다산 정약용은 “국가와 사회는 이 여섯 가지의 사회적 약자들을 돌봐줘야 한다”며 “국가와 사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지도자들이 명백히 해야 하는 일들”이라고 말했다. 다산 정약용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마음은 세상의 가치를 전도 시킨다고 지적했다.
목민심서에서는 율기를 포함해 ‘봉공(奉公ㆍ나라를 위해 힘써 일함)’, ‘애민(愛民ㆍ백성을 사랑함)’을 강조한다. 그는 “나라를 위해 힘써 일하려면 공평하고 정당해야하며 애민정신으로 사회적 약자를 돌봐줘야 그제서야 복지국가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 또 다른 대표작 ‘경세유표’… “토지의 공개념 확대해나가야”
다산 정약용의 또 다른 대표작 ‘경세유표’를 살펴보면 법제 개혁의 과제를 낱낱이 나열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헌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고 문희상 국회의장도 올해 안에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산 정약용이 법제 개혁에 주요 쟁점으로 ‘토지 공개념 확대’를 꼽았다. 다산 정약용의 뜻을 헌법개정에 반영하려면 단순히 국가가 개인보다 토지를 더 많이 소유해야 한다는 것보다 토지 공개념을 정확히 규정하고 그 개념을 확대에 나가는 데에 있다.
다산 정약용은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함)의 원칙은 ‘공동 경작, 공동 분배’다”며 “특정인들이 지나치게 땅을 많이 갖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위해 토지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그러려면 토지의 공개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과거제같은 기계적인 인재 채용 폐지… 인재 육성은 우수 인재에 끊임없는 교육”
다산 정약용은 “통섭적 인재를 발굴하는 데에 가장 나쁜 제도는 과거제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제도야말로 인류를 망치는 제도다. 기계적으로 인력을 뽑게 되면 능력과 인품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산은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선 ‘공거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거제도는 고대 중국에서 지방장관이 천자에게 매년 유능한 인물을 추천한 제도다.
명나라 이후에는 인재를 추천하는 쪽으로 폭이 넓어졌으며 청나라 때에도 수재 중에서도 우수한 자를 발굴해 중앙으로 보내기도 했다. 다산은 “능력과 인품은 절대 과거제도를 통해 판단할 수 없다”며 “유토피아가 오려면 과거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거제도의 핵심과 바탕은 공익과 청렴, ‘공렴(公廉)’이다. 타락한 나라에서는 공거제도를 할 수 없지만 기회가 있고 청렴한 공직사회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다산은 덧붙였다.
인재가 발굴되면 그중에서도 우수 선발해 끊임없는 교육으로 육성해야 한다. 세종대왕 시절에는 집현전을 만들어 과거 합격자들을 모아 다시 공부하게 만들어 국가 인재를 길러냈다. 또 정조대왕 때는 규장각을 만들었고, 다산 정약용도 여기서 끊임없는 공부를 했다. 다산 정약용은 “시험을 보고 통과하면 끝이 아니라 합격하고도 공부의 기회를 끊임없이 주어서 지식과 인격을 쌓아올리도록 해야한다”며 “인간은 죽을 때까지 교육을 받아야 하며 우수한 인재 발굴, 육성만이 나라가 장수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 나라 가난은 곧 백성 고통… “기술 하나라도 더 개발해야”
이전 다산이 살았던 시대와 현재를 빗대어봐도 국가가 가난하거나 삶이 비통하면 곧 죽음으로 이른다. 국민의 자살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자행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나라가 가난하면 백성의 고통으로 이어지기에 국부를 증진시키려면 선진국의 기술을 배워야한다고 제언했다.
다산 정약용이 살았던 시대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이다. 이 시기는 농경 사회에서 상공업 사회로 변화하는 시기다. 그는 “기술을 도입하고 개발해 농기구 하나라도 더 개발하는 것이 백성들의 고통을 더는 일”이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 이미 나아가 있는 선진국들을 보고 배우면 손실도 줄일 수 있다”며 말했다.
땅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돌을 가지고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를 거쳐 철기시대까지 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인간은 동물에게는 없는 천재성이 있다. 자기의 삶을 편하게 만들고 원하는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지혜를 통해 개발한 기술 뿐”이라며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어딘가에 기대서 가려고 하지말고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하거나 스스로 기술 개발을 통해 국부증진을 이뤄야한다”고 첨언했다.
■ 경기도, 최대 지방자치단체로서 ‘법고창신’ 역할 필요
경기도는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다. 1천300만명이 모여있는 도시로 대한민국의 핵심 지방자치단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의 역할이 대두되고있지만 이렇다할 경기도의 색깔, 정체성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다산은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 큰 단체들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고창신이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수많은 대표 철학자들을 배출하고 문화, 학술 유산이 풍부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올해가 ‘경기’(京畿)라는 이름을 갖게 된지 1천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오늘의 경기도는 인구 1천200만명을 넘어섰고, 대한민국 산업의 25%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남북통일의 전초기지로 우뚝 섰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의 경기도는 새로운 문명을 개척해 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에 발맞춰 질적ㆍ양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천년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천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경기도의 사명이다. 다산 정약용은 “현재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이전 고대 사상부터 옛 것을 이끌어서 하나둘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를 활용해 이롭게 전파하는 것이 지도자와 단체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산 정약용의 법고창신의 정신과 도덕정치, 청렴과 강직의 실학을 토대로 경기도 앞으로의 천년이 준비가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대담=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정리=허정민기자
사진=조태형기자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주요 약력
▲2004~ 다산연구소 이사장
▲2012~2016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2007~2010 한국고전번역원장
▲2008~2013 단국대학교 이사장 및 석좌교수
▲2004~2015 성균관대 석좌교수
▲1998~2001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1988~1996 제13·14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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