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진 대한한돈협회 양평지부장(58)은 축산업계에서 그런 사람이다. 박 지부장의 첫 직업은 축산 사료대리점 사장이었다. 이름만 대면 축산업계 사람은 누구나 알 만한 유명 브랜드의 대리점 사장으로 18년을 살았다.
그가 양돈농장의 농장주가 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당시 그가 보기에 양돈업계도 돼지만 잘 키워서 되는 산업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었다. 양돈산업도 키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벗어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는 전문화와 과학화가 필요한 시점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미 양평에도 농장 코앞까지 전원주택이 들어서면서 냄새와 축산분뇨 처리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여기는 원래부터 돼지농장이었다. 농장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근처에 땅을 사고 집을 지은 뒤 냄새가 난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어떡하냐’라는 항변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박 지부장은 돈사에 지붕부터 벽을 타고 안개처럼 물을 내뿜는 고가의 냄새 차단장치를 설치했다. 돈사 외벽에는 별도의 냄새 차단막을 이중으로 설치했다. 특히 농장에서 500m, 1㎞ 떨어진 곳에 냄새 포집용 측정장치도 설치해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박 지부장의 꿈은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이웃과 조화롭게 살면서, 경쟁력 있는 양평의 축산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가 대한한돈협회 양평지부장을 맡고, 양평축산발전협의회 총무일에 열심인 것도 그 이유다. 그는 “양평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귀농ㆍ귀촌 교육에 축산인과의 대화 시간을 꼭 넣어야 한다. 분쟁이 나기 전에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박 지부장은 축산민원과 축산경쟁력을 동시에 해결할 방안도 제시했다. 축산분뇨와 생활 쓰레기를 소각해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시설을 양평군이 도입하는 것이다. 그는 “이 시설이 도입되면 현재 월 200t 규모의 관외 축분처리 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또 연간 7억 원에 달하는 생활쓰레기 소각비용을 줄이고,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와 1등급 친환경 비료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지부장은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지금까지 지자체장을 15번이나 만났다. 바쁜 지자체장에게 긴 시간을 달라고 말하기 어려워 주로 출근길에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횟수가 많아진 것이다. 그는 짧은 만남을 통해 “경기도에서 축산과가 없는 곳은 양평뿐이다. 무허가 축사 양성화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주민과 평온하게 축산발전을 꾀하려면 이같은 문제를 전담할 축산과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도 출근길 지자체장과의 짧은 만남을 위해 발길을 옮기는 박 지부장의 모습이 옹골차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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