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출산 해결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초등학교 1~4학년 ‘오후 3시 하교’ 방안을 놓고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저학년 학생이 하교 후 홀로 방치되거나 사교육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실정을 고려한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 “직장맘에게 희소식이다”,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등의 기대와 우려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는 오는 28일 ‘오후 3시 하교’에 대한 저출산고령화포럼을 연다. 현재 초등 1~2학년생은 오후 1시, 3~4학년생은 오후 2시에 마치는데 이를 1~2시간 늘리자는 게 요지다. 늘어난 시간을 학교 재량에 따라 놀이, 산책 등의 활동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 저학년의 경우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눈을 뗄 수 없고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비일비재해하다”며 “오후 3시 하교가 시행된다면 결국 교사들은 늘어나는 시간만큼 안전사고 위험 증가, 업무 가중, 교재연구와 수업준비 등의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놀이·보육 시간 증가를 위한 냉ㆍ난방 설비, 자료 및 기·교재 확보, 프로그램 다양화 등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 없이 시간만 늘리는 것은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있다.
파주 한 초등학교 교감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르면 수업이 시작되는 시각과 끝나는 시각은 학교의 장이 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획일적인 3시 하교는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책”이라며 “교육 현장에서 준비도 안 돼 있는데 책임을 학교현장에 다 떠넘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학교의 돌봄·교육기능을 강화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법에선 일견 긍정적이다. 구리시에 거주하는 직장 S씨는 “돌봄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사안으로 인식해 풀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관련해 저출산위는 “해외 선진국 및 동남아 국가 일부에서 ‘오후 3시 하교’를 도입한 제도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시범 운영 등을 거쳐 오는 202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