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각의 회로’ 바꾼 ‘블랙뮤직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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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은 밝은 둘레를 가진 흰색이다” 정신물리학자 스탠리 스미스 스티븐스(Stanley Smith Stevens)의 말이다. 그는 물리적인 양 (소음, 밝기, 뜨거움, 무게)과 그것에 대한 주관적인 인지 사이의 관계를 이같이 표현하였다. 우리가 인지하는 감각이 절대적이지 않고, 지극히 대비적이고 상대적이라는 의미이다. 고정관념과 상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사회든, 어떤 분야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개방성’과 ‘다양성’이 중요하다. 급속도로 진행된 세계화 속에서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인간의 삶과 그와 관계된 문화가 유동적으로 변화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이다. ‘갈라파고스 효과’처럼 고립된 사고와 패쇄적 태도는 결국 활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다양성이 생명인 예술분야는 더더욱 그러하다.

 

지난 주말 의정부시청 앞 잔디광장과 그 일원에서는 1만2천여명의 관객들이 운집해 ‘블랙뮤직페스티벌(BMF)’에 함께 빠져들었다. 의정부예술의전당 주최로 열린 이번 페스티벌은 예술감독 타이거JK를 비롯한 윤미래, 비지, DOK2, 김하온 등 국내 가장 핫하다는 힙합 아티스트들이 한 무대에 올라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블랙뮤직은 R&B, 재즈, 힙합, 소울 등 미국의 흑인발상음악의 총칭이자, 현재 세계 음악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콘텐츠이다.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이제는 전 세계의 청년문화, 서브컬처(Subculture)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지배적 코드가 되었다.

 

그동안 음악극축제, 천상병예술제, 가야금축제를 기획하는 등 순수공연예술축제의 신선한 기획과 내실 있는 운영으로 브랜드 가치를 확고히 해오던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이번 기획은 다소 생소하고, 파격적이었다.

 

공연예술페스티벌의 프로그래밍은 상이(Different)한 문화를 보여줘야 하며, 창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싹 틔워야 하며 두려움을 감싸 안아야 한다. 즉 공연페스티벌 프로그래밍은 무대에서 이미 인정받은 프로그램이 아닌 가능성이 엿보이는 프로그램을 발굴?소개하여, 새로운 관객층을 개발하고 또 다른 예술적 흐름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장르의 확장과 겹침이 쉴 새 없이 이루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예술의 정형성은 존재하기 힘들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블랙뮤직’은 시대적 트렌드와 확장성을 잘 반영한 아이템이다. 축제의 정체성을 잃지 않되, 현대 공연예술에 대한 폭넓은 수용을 통하여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에 대한 ‘개방성’과 ‘다양성’이 돋보이는 기획이다. 또한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특색과 인적자원, 미군기지라는 ‘장소성’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정체성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아울러 음악적?문화적 지평을 무한대로 넓히고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유용한 축제콘텐츠로서 ‘차별성’과 ‘지속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미군부대와 DMZ, 문화예술축제를 엮어 ‘블랙투어리즘’의 관광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경기북부라는 지역적 특성과 평화의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문화관광콘텐츠로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이다. 지역의 문화적 토대위에서 문화자원의 가치를 획득하고, 활용하여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지역문화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의정부’하면 부대찌개가 떠오른다. 햄, 소시지와 김치라는 이질적인 동서양의 재료가 만나 문화적 혼종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것을 탄생시켰다. 또한 미군부대의 영향으로 다양한 문화들이 합쳐지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과들이 축적되면서 하나의 짙은 문화적 색깔을 만들어 냈다. 억지스러운 스토리텔링과 겹치는 소재, 그럴싸한 상품화의 논리로 표현되는 본질이 상실된 축제들 속에서 블랙뮤직페스티벌은 그 철학이 다르기를 기대한다.

 

검정색은 다양한 색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다. 모든 빛을 흡수하며 열을 축적한다.

 

문화자원의 가치를 그들만의 색깔로 구현하려는 ‘블랙뮤직페스티벌’이 어떻게 변모할지 벌써부터 내년 축제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이의신 서울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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