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2006년의 영국영화 ‘이츠 어 보이걸 씽(It’s A Boy Girl Thing)은 너무 다른 성격과 환경으로 늘 대립하던 남녀 주인공이 어느 날 영혼이 바뀌어 상대방의 삶을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굳이 영화와 같은 극적인 스토리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남성과 여성은 너무 다르다. 미국의 존 그레이 박사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시리즈에서 남성과 여성은 유전자와 호르몬의 영향으로 여러 능력과 언어에 있어 큰 차이를 나타낸다고 했다.

 

이러한 차이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갈등을 일으킬 뿐 아니라, 형사사법절차에서도 중요한 이슈를 제기한다. 특히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처럼 피해자가 여성임에도 이를 수사하고 판단하는 경찰, 검찰, 판사가 남성인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표현하고 이해하는 언어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제 해결 대화를 선호하는 화성 남자들은 실체적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왜’를 던지고, 심지어 ‘문제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추궁’하기도 한다. 

이미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상태인데다가 대화를 교감과 배려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금성 피해자들에게는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특히 성(性)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관점이 현격히 다름에도 남성의 기준으로 행위와 상황을 판단함으로써 중대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생물학적 차원을 넘어 형사정책적인 과제를 던진다.

▲
민갑룡 경찰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과의 접점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은 여성의 입장에서 그들의 불안과 불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면서 금년을 ‘성 평등 원년’으로 명명하고 경찰청에 「여성대상범죄 근절 추진단」을 발족하는 한편, 전국 지방청과 경찰서에 여경 수사관을 확대 배치했다. 또한 지난 30일과 31일에는 전국 경찰 총경 이상 지휘부 600여 명을 대상으로 성 평등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였다.

남성 위주로 구성된 경찰이 그동안 국민의 절반인 여성의 입장과 목소리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이자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영화처럼 타인의 삶을 살아볼 기회가 없는 현실에서 몇 차례의 감수성 교육만으로 다른 성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다른 성에 대한 열린 자세는 민주 시민에게도 필수적인 덕목이다. “넌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앞의 영화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결국 사랑하게 된 남자 주인공의 대사처럼,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더 좋은 사람들을 만들고, 나아가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좋은 경찰’은, 그리고 ‘좋은 시민’은 다른 별에서 온 존재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어차피 그들을 피할 수 없다면 말이다.

 

윤성혜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