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대학의 암울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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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2주기 결과가 발표되었다. 323개 대학 중 자율개선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은 대학은 207개 대학이었고,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은 116개 대학이었다.

 

정원 감축이라는 채찍과 정부 재정 지원금이라는 당근을 지원하는 대학평가에서 학생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치고 있고 때로는 눈속임에 불과한 숫자 놀이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평가의 많은 점수가 정량적인 요소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전임교수확보율 확보하기 위해 많은 대학은 낮은 연봉의 비정년 트랙 교수들을 정년 트랙 교수로 편법으로 포장해서 실제 평가에서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대학 평가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많이 지적된 바 있고, 이번 2주기 평가에서도 그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교육부에서 가장 모범적인 우수 사례 대학으로 각광 받으면서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휩쓸던 지방의 어느 대학이 이번 평가에서 2군인 역량강화대학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대학이 지난 몇 년 동안 교육부의 평가 지침을 잘 따라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모범 사례로 인정받을 만큼 미래지향적인 질 높은 교육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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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학이 이렇게 기약 없이 가혹한 구조조정을 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 특히 교육부의 잘못이 크다. 전두환 정권의 졸업정원제부터 시작해서 김영삼 정부의 대학설립자유화 정책 도입 이후 대학이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많은 부실 대학들이 양산됐다. 당시의 출산율 등을 고려해 볼 때 20년이 지나면 대학 정원 미달이라는 문제에 봉착할 것을 예견할 수 있음직 한데도, 교육부는 대학 설립 및 입학 정원 승인 도장을 남발했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의 과오에 대한 책임의식 없이 과거보다 더욱 강력한 칼자루를 쥐고 대학의 살생부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일도 아니다. 대학 역시 얼마 전까지 문만 열면 밀려오는 학생들에 도취되어 4차 산업혁명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눈을 짐짓 감고 있었다. 학령인구의 급감과 대학진학률 감소로 교육부나 대학이 어떤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앞으로 10여 년 안에 우리 대학의 반은 도태될 운명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대학을 둘러싼 미래는 암울하다.

그렇다면 누가 대학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것인가? 현재처럼 교육부가 평가를 통해 대학 입학 정원을 찔끔찔끔 삭감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시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 후속조치로 교육부는 대학 통폐합 혹은 퇴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면 될 것이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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