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령전 고유별다례

강성금
▲ 강성금
진전(眞殿)은 조선시대 임금의 어진(임금의 초상화)을 모셔놓은 전각으로 궁궐 밖에는 종묘가 있고 궁 안에는 선원전(璿源殿)과 영희전(永禧殿)이 있었다. 영희전은 태조·세조·원종·숙종·영조·순조의 어진을 봉안하고 육명절인 설,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납일에 명절제사를 지내되 영조(41년)는 명절, 삭망에 비록 친제(親祭)라 하더라도 육찬(肉饌)을 쓰지 말도록 하였다.

선원전은 1985년 보물 제817호로 지정된 창덕궁 구 선원전(현재 궁내에 소장된 주요 유물들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고 있음)으로 숙종·영조·정조·순조·익종·헌종의 어진을 봉안하고 삭망에는 분향·배례하되 임금의 탄신일에는 다례(茶禮)를 지내게 했다. 이때의 ‘선원전 다례(璿源殿茶禮)’는 어진을 이완, 환안, 고유다례, 작헌례의 절차와 홀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원화성행궁은 정조가 세웠으나 ‘화령전’은 순조가 세운 정조의 영전이다. 화령전은 1800년 6월28일 정조 서거 이후 순조 원년 4월 29일 완공하여 정조 어진을 봉안하고 화령전에 응당 행해야 할 절목인 ‘화령전응행절목(華寧殿應行節目)’을 개정하였는데 이 때 화령전의 의식은 선원전과 영희전의 예(例)에 따라 마련하여 수원 유수로 하여금 사맹삭(四孟朔)과 탄신제(誕辰祭), 납향제(臘享祭)를 올리도록 한 곳이다.

국왕 순조는 화성에 묻힌 선왕 정조를 찾아 갈 때마다(10회) 화령전에 禮를 행함은 물론 순조 12년 9월22일에는 정조대왕의 주갑(周甲:회갑)이어서 화령전에 친히 작헌례를 행하였고, 순조 26년과 28년에는 왕세자가 따라와 아헌례를 행하였으며 이후 헌종 2회, 철종 3회, 고종이 2회로 왕(王)의 친제(親祭)가 17회 이루어진 조선시대 유일한 외방진전이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인 서유구가 수원 유수로 재임(헌종2년)하면서 쓴 행정일기 ‘화영일록(華營日錄)’에는 “현륭원에는 속절제(설, 한식, 단오, 추석, 동지)를 지냈고 화령전에는 사맹삭, 탄신제, 납향제에 헌관으로 참여하였다”고 기록하였다.

다례(茶禮)란 ‘차를 우려 신이나 영혼 또는 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대접하는 법식’이다. 세월이 흘러 217년이 지나도록 옛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화령전에 옛 선원전다례 섭행홀기(璿源殿茶禮 攝行笏記)로써 고유별다례를 거행하는 것은 정조의 효 사상을 고착시키고 다도의 덕을 실천하는 한국의 독창적 제례문화이다. 옛것을 기리고 정착시키는 이러한 풍속은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가장 한국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이고 효(孝)와 경(敬)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축제마당으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믿는다.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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