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날씨 정보의 가치를 보는 또 다른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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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요리를 만들자면 기본이 되는 밥을 짓기 위해 쌀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그 쌀의 용도가 한정식용인지 초밥용인지 또는 술 빚는데 사용하는 쌀인지, 어떻게 도정했는지, 심지어 햅쌀인지 묵은 쌀인지 경험적으로나 지식으로나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요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쌀도 파종과 추수, 도정을 거쳐 유통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경로가 다양하듯이, 기상정보도 나름대로 복잡한 이력을 가지고 소비자 앞에 도착하기 마련이다. 지상, 바다, 하늘에서 관측한 수많은 관측자료는 통신망을 통해 컴퓨터에 모아 초벌 가공된 후 최종적으로 사람이 종합하고 다듬고 포장하여 완제품(특보를 포함한 예보)을 만들어서 언론을 비롯한 여러 전달 수단을 거쳐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긴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실제로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쌀의 품질과 용도를 따지는 것처럼 기상정보도 생산 단계마다의 특성에 따라 품질이 다르기 마련이다. 모든 기상관측자료는 세계적으로 동일한 시각에 동일한 표준절차에 따라 관측을 수행함으로써 누구든지 지구상의 대기 상태를 일정한 시각(예를 들어 세계표준시로 0시, 12시 등)에 동시에 살펴볼 수 있도록 약속되어 있다. 

그런데, 관측 장소가 극지방도 있고 고도 수천m의 고산지역도 있고 험준한 계곡, 산악, 사막 등 모두 동일한 환경이 아니며, 위성, 레이더와 같이 첨단 장비들은 워낙 먼 거리에 있는 대기의 상태를 측정하다보니 대기상태를 100% 표현(관측)할 수 없게 된다(이를 흔히 관측 오차라고 부른다. 자연 현상을 관측하는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비슷한 상황).

 

초ㆍ중등학교 시절 과학책에 있었던 참값(원래의 대기상태)과 근삿값(관측한 대기상태) 사이의 차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관측 장비의 종류와 성능도 천차만별이지만, 관측한 값이 그 지역의 기상상태를 완벽하게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컴퓨터를 이용하여 현재 시점에서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계산해내는데 있어서도 오차는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관측의 경우와 비슷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기의 상태를 자연 그대로 표현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며,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시점에서 예보 대상인 미래 시점까지 컴퓨터가 계산을 해나가는 동안 오차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총이나 활을 쏠 때 과녁(미래 예보 시점)이 가까우면 오차가 작아서 명중률이 높고 과녁이 멀어질수록 오차가 커진다는 이치와 같다. 예보의 품질은 이러한 오차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은 정보의 소비자 관점에서 볼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정보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과학적 근거를 빌미로 변명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으나, 정보의 생산자 관점에서 서술한 이런 특성(‘약점’이나 ‘한계’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을 잘 이해하면 정보의 가치는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정보를 생산하는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단정적으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과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한 리스크를 이해한다면 비록 생산된 기상정보가 완전하지 않더라도 이런 정보의 가치는 충분히 재평가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정보 생산자인 정부가 정보 소비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이 적은 정보를 생산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은 사족이 되겠다.

 

김성균 수도권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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