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세계를 위협하는 ‘중국 규제개혁이 주는 교훈’

▲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긴 폭염의 한 가운데였던 지난 8월, 첨단 글로벌 기업도시로 성장한 청도, 상해, 항저우를 견학했다. 이곳에서 기술 하나로 수년 만에 수 십억 달러 규모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몇몇 기업들의 성공사례에서 이제 세상은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클라우드’ 시대가 열렸음을 실감했다.

대표적으로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이다. 알리바바는 흙수저인 창업자 마윈이 지난 1999년 2월 그가 살던 아파트에서 아내, 친구, 제자와 함께 인터넷 회사를 설립한 이후 15년 만에 쇼핑과 유통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온라인 결제, B2B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운영체제 등 다양한 사업에서 시가총액 4천억 달러에 이르는 괄목할만한 성장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전문기업인 텐센트를 비롯해 중국 포털 1위 바이두,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기업인 비야디,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다장(DJI)이 이제 본국을 넘어 미국 실리콘밸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하고 있다.

혁신성장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이러한 저력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그것은 지난 2013년 ‘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한다’는 기치를 내 건 중국정부의 정책에 따라 최소 자본금 제도 없이 스타트업 창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반도체ㆍ로봇ㆍ자율주행차 등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대표 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금융권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전폭적인 규제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다행히 최근 우리 정부도 ‘혁신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가 산재하고 있다. 혁신 성장을 위해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기업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불필요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는데도 지금까지 관행을 중시하는 특수한 문화의 영향으로 정작 혁신의 주인공인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구조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도서관에서 2%의 확률에 불과한 공무원 시험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어둠의 터널을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나날이 혁신하는 중국의 ‘상전벽해’는 먼발치서 지켜보거나 부러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4차 산업 혁명이 불러올 기술 전쟁의 경계대상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시대상황에 인색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에게는 숱한 전쟁과 폐허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수백만 명의 촛불항쟁으로 적폐청산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DNA의 탁월함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 한때 단점으로 우려했던 빨리빨리 문화는 오히려 우리에게는 전화위복의 장점이 됐다. 신중한 성격 탓에 울타리 안을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시작하면 세계 그 어떤 민족보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발전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시작은 늦었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혁신성장에 대한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되는 중앙 정부와 거버넌스(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체계)의 기능을 갖춘 지방정부가 한배를 타고 혁신 성장을 위한 건전한 기술 생태계가 효율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닫혀 있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정보와 지식 인프라를 깔아주면 기업이 여기에 올라타서 신산업ㆍ신기술 개발에 전념토록 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 경쟁력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업 애플과 유일하다시피 경쟁하는 삼성과 같은 기업이 우리에게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자부심이다. 이제 정부는 예컨대 혁신성장과 일자리 복지 구현을 위해 지방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테크노밸리와 같은 첨단산업이 작은 계곡에서 저 넓은 바다로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의 뛰어난 두뇌들이 마음껏 용솟음치는 스타트업 꿈의 요람이 되어 ‘중국의 위협은 한국이다’는 위협적인 저력이 곧 눈앞에서 펼쳐질 수 있기를 고대한다.

안승남 구리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