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지리와 시대의 거리가 사라지는 즐거움을 나누었다. 이처럼 오늘의 중국에서 유교 교육은 익숙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교과 과정에 상당 부분 포함되었을 뿐 아니라, 유교경전을 익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산동의 성도(省都) 제남을 비롯해 공자의 흔적이 있는 곳에는 거대한 공자상들이 즐비하다. 불과 오십 년 전 곡부의 공자 사당을 부수며 질풍노도의 비공(非孔) 운동을 전개했던 나라가 맞나 싶다.
공묘(孔廟)를 부순 것도 중국공산당이지만, 유교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도 그들이다. ‘중국몽(中國夢)’은 더 이상 다른 나라를 따라하거나 배울 필요 없이 스스로 최강의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데, 그러려면 자기 정체성의 정립이 필수적이다. 그들은 유교의 전통을 통해 스스로 국가 이념을 창출할 뿐 아니라 세계 질서를 선도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일찍이 철학자 리쩌허우는 유교의 전통이 인류문명에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고 그 시기는 빠르면 21세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들은 유교의 공동체주의와 사회주의 가치관을 조화시켜 중국만의 정치 가치를 재구축하려고 한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창당 이래 처음 공자묘를 참배하고 공자연구원에서 연설했다. 핵심공산당원을 교육하는 중앙당교에서는 유교의 원리와 통치를 연결하게 하는 강의가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현재 중국 통치체계의 근원을 유교 시대 관료제에 연결하기도 한다. 유교 엘리트들이 과거를 통해 관계에 진출해 천하를 다스린 것처럼, 중국공산당도 잘 훈련된 엘리트들이 중심이 되어 안정적 통치체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엘리트 관료체제에 훨씬 가깝다. 중국공산당의 핵심인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중 석사 이상이 72%를 차지하고 있다. 거기에 문치(文治)가 강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중앙위원은 문과계열이 80%를 차지하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은 고래의 중앙집중적 관료체제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통치 차원의 필요가 있고 국가 이념의 가치로 요청된다 해도, 유교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을 끌지 못한다면 어떤 정치적 시도도 무위로 끝나고 말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공자의 어짊(仁)이나 맹자의 의로움(義)을 말할 때 여전히 감동한다. 공맹의 어록에는 먼 옛날 농경 사회의 따뜻한 전통이 간직되어 있고,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삶의 아름다움이 공맹의 유가 사상 안에 있는 한, 사회 구성의 원리로 공맹이 소환되는 일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그것은 중국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중국이든 우리든 부디 공맹의 진짜 가르침에 주목하길 바란다. 공맹의 꿈이 그저 국가 강성의 도구로 쓰이지 않고, 어짊과 의로움으로 구성되고 유지되는 대동(大同) 사회 그 자체에 대한 비전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 중국 학생들과 같이 읊조린 또 다른 논어의 구절, “사람이 어질지 않으면 예를 행한들 무엇하며, 곡을 연주한들 무엇하리”에서 말한 것처럼.
최민성 한신대 한중문화콘텐츠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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