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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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세기경 인도양 모리셔스라는 섬에 ‘도도새’라는 새가 살고 있었다. 덩치가 칠면조만큼 큰 새로, 지금은 멸종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새도 처음에는 보통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었지만 섬에 천적이 없었고, 또 다른 새와 달리 육식이 아닌 나무열매를 主食(주식)으로 먹다 보니 힘들여 하늘을 날면서 먹잇감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천적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날개가 쓸모없게 되었다.

모리셔스 섬에 사람이 첫 발을 디딘 것은 1505년이다. 인도로 가는 바닷길을 개척하기 시작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최초로 섬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이때까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던 도도새는 사람에게 아무 생각 없이 다가왔고 신선한 고기를 원했던 선원들에게 25㎏씩 나가는 큰 새는 좋은 영양공급원이 되었다. 이들 선원들이 붙여준 이름이 바로 ‘도도’였던 것이다. 도도는 포르투갈어로 ‘어리석다’라는 뜻이다.

도도새는 날 수 없어 나무 위에 둥지를 틀 수 없었기 때문에 땅에 알을 낳았다. 천적이 없던 덕분에 알이 땅 위에 있어도 무사할 수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몇 년이 흐른 뒤 이번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이 섬을 죄수들의 유배지로 사용한 것이다.

 

죄수들과 함께 들여온 돼지, 원숭이와 배에 숨어 있던 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방에 널려 있는 알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다 큰 새는 사람이 잡아먹고, 땅에 널려 있던 알은 돼지, 원숭이, 쥐들의 별미가 되었다. 이렇게 사람이 모리셔스 섬에 들어온 지 약 100년 만에 그 많던 도도새는 희귀종이 되었고, 1681년에 마지막 새가 죽어 멸종되고 말았다.

그런데 도도새만 멸종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모리셔스 섬의 울창한 숲이 점차 시들해지면서 섬에 서식하던 固有(고유)조류 45개 중 24개가 멸종하고 21개종만 간신히 살아남았고, 또한 숲이 사라지면서 다른 식물도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1개종이 멸종하면 다른 종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뒤늦게 한 과학자에 의해 섬의 한 種(종)의 나무가 거의 멸종상태라는 것이 밝혀졌다. 현재 남아 있는 13그루도 모두 300년가량 되었으며, 1600년대 이래로 어린 나무가 새로 발아되지 않았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 나무의 평균 수명이 300년 정도임을 감안할 때, 남아 있던 나무도 얼마 못 가 멸종할 것이라는 추측이 들었다. 이 나무가 300년 전에 번식을 멈춘 원인을 찾던 과학자는 멸종한 도도새와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도도새가 이 나무의 열매를 먹었고, 오로지 도도새 소화기관을 통해서 나온 씨앗만이 발아해서 나무로 성장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뒤늦게 도도새와 비슷한 칠면조를 섬에 들여와 나무의 멸종을 막았다. 그리고 나무 이름을 ‘도도나무’라고 지어주었다.

도도새의 사례를 보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세계적인 1등 기업에서 하루아침에 몰락한 사례들이 많다.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다가 2003년 운항을 중단했고,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 코닥(Kodak)도 과거 명성과 노력, 투자비가 아까워 디지털카메라로의 변화를 거부하다 2012년 미국 연방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밖에 닌텐도, 노키아, 소니의 사례가 비슷하다. 환경에 적합한 종만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생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존의 방식을 탈피해서 미래를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우지 않으면 우리도 언제든 도도새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들 사례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대호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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