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행정 저항에 막힌 수도권 대중교통 형평성

유정훈
유정훈

총 10개 노선, 343.4㎞에 달하는 도시철도망을 가진 서울시는 도시철도 이용률이 28.2%로 각각 8.4%와 10.8%에 불과한 경기도와 인천시에 비해 엄청난 대중교통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건설비가 1천200~1천500억/㎞이며 개통 후에도 운영비가 ㎞당 연간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값비싼 교통수단이다 보니, 경기도와 인천시는 운영비가 낮고 수요에 탄력적인 버스를 활용해 비역세권에서도 환승을 통해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체계를 운영해오고 있다.

최신 통계를 보면 1번 이상 갈아타는 환승 통행의 비율은 경기, 서울, 인천 순으로 각각 31.5%, 29.5%, 27.9%로 관측된다. 이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환승 저항이 긴 노선 거리와 높은 굴곡도로 대표되는 직결 통행의 비효율성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관련기관에서는 환승 저항을 줄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특히 서울시, 경기도 및 인천시가 함께하는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는 환승 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비효율적인 직결통행을 환승 통행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수도권 주민의 대중교통 형평성을 제고해 온 통합환승요금제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발단은 경기도와 인천시가 각각 2007년과 2009년에 통합환승요금제에 급하게 참여하면서 합의한 불공정 조항이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경기도와 인천 버스 이용객이 서울지하철 및 코레일 전철과 환승할 때 할인 금액의 60%(2015년 46%로 조정)를 해당 기관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인천시의 버스 및 철도운영기관에 대한 지급규모는 각각 2007년 543억 원에서 2016년 2천296억 원으로, 2009년 174억 원에서 2016년 639억 원까지 증가하게 됐다. 이러한 규모의 재정 소요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효율적인 환승체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되고 있으며, 현행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의 유지에도 부담되고 있다.

통합환승요금제는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활발히 연구하고 토론해 온 결과, 모두가 이해할 만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개편안들이 잘 준비돼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교통연구원과 수도권 3개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수행해 공식적인 개편안을 도출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개편 논의를 지켜보면 서울시와 코레일의 소극적인 태도와 비협조적인 행정 저항이 안타깝다. 이러한 입장이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평소 대중교통 공공성과 형평성의 가치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매년 따박따박 받아오던 수백억 원을 단번에 포기하라는 것은 경영효율로 평가받는 코레일과 한 푼이라도 지역주민을 위해서 사용하려는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수도권 교통문제들은 합리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손쉽게 합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마침 문재인 정부의 5대 교통공약 중의 하나인 ‘수도권 광역교통위원회’가 내년 초에 출범하게 된다. 따라서 협력적 광역교통 거버넌스를 실현하기 위한 광역교통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 개편’이어야 한다. 만약 광역교통위원회마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내년부터 대중교통 시험문제 답안부터 바꿔야 할 형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환승 저항은 행정저항이라고 말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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