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오랜만에 만난 친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농협 직원이다 보니 ‘네가 한번 알아보라’는 것이다. 어디서 시작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법 그럴싸했는지 많은 사람이 의심을 보탰고, 급기야 텔레비전 뉴스에서 팩트체크를 하고, 정부가 설명자료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설명에 따르면, 북한에 쌀을 지원하려면 수백 명의 인력과 수천 대의 차량이 동원되는 작업을 수십일 동안 해야 하는데 이를 비공식적으로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정부양곡 재고는 현재 160만t 수준으로 적정재고 80만t을 훨씬 웃돌아 창고가 텅텅 비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와 폭염, 작황부진 등으로 지난해보다 많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그래도 수요량보다는 10만t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쌀이 그렇게 남는데, 쌀값은 왜 올라요?”
차례상을 준비하던 소비자들은 껑충 뛴 햅쌀 값에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지난해보다 30% 이상 올라 10㎏ 한 포대에 4만 원이 넘는 쌀이 많았다. 좋지 않은 경제사정과 맞물려 마치 쌀이 물가상승의 주범처럼 몰렸다. 정말 그럴까.
우선 지난해 쌀값이 20년 전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올해 쌀값이 회복(폭등이 아니다)된 것은 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시장격리를 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다.
정부는 왜 쌀값이 올리려 한 것일까. 쌀값이 싸면 소비자에게 좋은 것 아닌가. 하지만 ‘열정페이’나 공정무역의 사례에서 보듯 싼 게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저렴한 쌀값은 몇십 년 동안 종자 개량과 재배기술 혁신 등 식량을 자급하기 위한 농업계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쌀 10㎏ 한 포대를 4만 원에 산다 하더라도 밥 한 공기(210g)를 짓는 쌀(105g)값은 420원에 불과하다. 그러니 식당에서 1천 원만 받아도 되는 것이다. 껌 한 통, 커피 한잔 값과 비교하는 것은 이제 진부하다.
쌀이 남는데, 수요와 공급에만 맡길 수 없는 것은 대부분 농민들이 쌀을 주수입원으로 삼기 때문이다. 농업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이들이 생업을 지속할 수 있게 적정한 수입을 보장해 줘야 한다.
회사에 입사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함부로 직원들 월급을 깎을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쌀값 목표가격을 유지하려는 정책은 부동산 경기나 주식시장을 때에 따라 부양하거나 억제하는 정책과 마찬가지로 이해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비싸게 사라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농협과 농협 인터넷몰에는 최저가 쌀부터 다양한 가격대의 품질 좋은 쌀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농민들이 조합원으로 직접 참여하고 하나로마트 등 유통망을 갖춘 농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민의 이익을 우선하지만 국민의 사랑 없이는 농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농업계는 잘 알고 있다.
김용호 농협 수원유통센터 마케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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