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시차를 두고 일본의 경제발전 경로를 좇아가고 있는 우리는 30년 전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는 일본의 소규모사업자 동향이 주는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일본 소규모사업자의 지속적 감소는 경기변동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사회 변화 때문이다.
일본의 소규모사업자는 198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4년까지 약 152만 명이 감소해 연간 평균 5.6만 명이 감소했다. 소규모사업소 수는 198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4년까지 연평균 4만 5천 개, 총 108만 개가 감소했다. 1989년부터 2014년까지 사업소 감소의 대부분이 소규모사업소 감소의 영향 때문이다. 이중 소매업(음식점 포함)이 가장 먼저 감소 시작하고 또한 가장 많이 감소해 절반 이상이 감소했으며 소매업 중에는 음식점과 음식료품 소매업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일본 소규모사업자 매출액의 약 60%가 지역상권 내에서 발생되는데 60세 이상의 소규모사업자 비중이 대폭 증가한 반면, 30세 미만의 비중은 대폭 감소했다.
일본 소규모사업자의 지속 감소 원인은 장기불황, 저출산ㆍ고령화, 인구감소, 과소화 및 대도시 집중으로 인한 지역경제 피폐, 대기업의 국내거점 폐쇄ㆍ재편 및 해외진출 확대 등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가 장기불황의 직접적인 계기였으나, 정부의 초기 금융정책 실패, 구조혁신 지연 등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이 가중됐다. 경기침체 장기화, 디플레이션, 엔고의 악순환이 진행되면서 수출 및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한 중소제조업의 경영난 가중이 특히 지방 중소도시 중소서비스업에 심한 타격을 주었다. 유통대기업의 시장지배력 증대와 소비행태 변화와 대응부족, 창업률보다 높은 폐업률, 실질임금 하락 등도 소규모사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저출산ㆍ고령화로 2000년대 이후 지방의 명목 경제성장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특히 자영업비율이 대폭 낮아진 것이다.
일본은 장기적 경제부흥을 위해 감소추세를 극복하고 경기활성화로 연결해야 한다고 보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규모기업의 도전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기본법’을 비롯한 다수 법률이 개정ㆍ제정했으며, 2014년 제정된 ‘중소기업진흥기본법’에는 소규모기업진흥을 위한 4대 목표와 10개 중점시책을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으며, 소규모사업자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으로서 지역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창업률 제고, 후계자 육성, 폐업대책, 해외진출 확대, IT 활용을 통한 외부자원 활용 등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소상공인과 종사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비중은 감소하고 평균 종사자 수는 거의 변화가 없는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이중 가장 수가 많은 도ㆍ소매업 및 숙박ㆍ음식업 비중도 같은 기간 중 감소하고 있다. 장기불황을 초래했던 일본의 경제사회 현상들이 일부가 한국에도 상당 부분 나타나고 있지만, 현 한국 여건이 당시 일본보다 열악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20년 이상의 장기 경기침체를 겪어 온 일본의 소규모사업자는 이미 30년 전부터 감소해 지역경제 피폐, 기업 규모 및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사례의 원인과 정부ㆍ기업의 대응은 경제발전 경로 및 산업구조가 유사한 한국의 소상공인 부문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일시적 경기부양책보다 근본적 성장역량 확충을 위한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내수확대, 서비스업 고부가가치화, 기존 제조업의 첨단화 등의 경제ㆍ산업정책을 포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소규모기업은 강점 분야에 집중,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 판로개척, 인재 확보ㆍ육성, 시장 세분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기업 간 상호의존 관계가 약화됨에 따라 자체적 경영활동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의 상황과 일본 사례에 비추어 향후 소상공인 정책방향은 △지역 △생산성 △수요개척 △인재 및 신진대사 △사회 안전망 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할 것이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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