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다.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의 공간으로 몰려들면서 엄청난 데이터가 쌓인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열광하게 되는지 점점 더 잘 알게 되어간다. 택시를 많이 부르는 지점을 따라 심야버스 노선을 짜고, 한 지역에서 많이 주문되는 상품을 미리 보내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일상의 변화들이 다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다. 우에다 모치오가 말한 대로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신의 시점’에서 세계를 이해하게 되어 간다.
빅데이터로 일상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같이 넓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회, 정치, 경제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중국의 거대기업 알리바바를 만든 마윈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빅데이터 기술이 중국 계획경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2030년 세계는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놓고 대논쟁을 다시 벌이게 될 것이다. 꼬박 100년 전엔 미국이 주장한 시장경제가 이기고 러시아가 졌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2030년엔 계획경제가 더 우월한 시스템이 될 것이다.”
사실 빅데이터 기술 자체가 중국 친연적이다. 엄청난 인구, 특히 7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사용자가 낳는 중국의 데이터는 그 자체가 빅데이터다. 넒은 영토로 인해 지역, 기후, 종족, 생산기반 등 표본의 다양성이 커 빅데이터의 질도 높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중국은 그야말로 신의 시점에서 중국 사회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중국 중앙 및 지방 정부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여러 정책을 만들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민간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빅데이터 응용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구이저우, 산동, 충칭, 푸젠, 광둥, 저장, 지린, 광시장족자치구 등 여러 지역에서 아예 빅데이터 관리국을 신설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체로 경제 부문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경제발전뿐 아니라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스모그 등 환경문제를 위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중국은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더욱 부자가 되고, 생활이나 사회문제의 해결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보수 언론에서는 중국의 데이터 기술이 감시, 탄압의 도구로 활용되고 권력 강화에 악용될 것을 걱정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흐름을 ‘디지털 레닌주의’라 규정하기도 했다. 중국 인권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지나치지만, 기술의 위협에 대한 경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인간은 생각보다 환경에 의존적이어서, 환경의 변화를 통해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빅데이터 기술은 사람을 분석해서 그들을 쉽게 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비단 중국에만 일어날까. 미국의 경우 정부보다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빅데이터 전용 문제에 직면해 있다. 심리학까지 동원해서 대중들을 과소비로 이끄는 문제가, 정부가 특정 이념으로 유도하는 문제보다 덜 심각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관건은 자본이건 권력이건 기술을 바른 목적을 위해 쓰느냐에 달렸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빅데이터 기술 발전의 최적지인 중국에서 빅데이터가 인간을 위해 훌륭히 복무하는 사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중국의 미래는 빅데이터에 달렸고, 밝거나 어두울 그 미래는 인류 전체의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민성 한신대 한중문화콘텐츠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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