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청년작가회 회장 김태규 작가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턱이 낮은 미술 꿈꾸죠”

마을에 새로운 활력 불어넣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진행 계획
젊은 작가들 성장할 수 있도록 전시 기회·미술시장 형성 필요

김태규 작가가 작업중에 잠시 시간을 내 그의 집 마당에 놓인 작품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태규 작가가 작업중에 잠시 시간을 내 그의 집 마당에 놓인 작품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34명의 젊은 미술작가 모임인 ‘양평청년작가회’ 김태규(51ㆍ조각가) 신임 회장에게 양평은 영감을 주는 존재이자 극복해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양평군 강하면에 있는 김태규 작가의 집에는 역시 조각가인 부인 김정현씨(42)와 그의 작품이 마당과 집안 곳곳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돌 조각을 주로 하는 김 작가는 전북대 미대를 나와 지금까지 2번의 개인전과 70여 회 전시회에 꾸준히 작품을 출품해 왔다. 양평군청 로터리 중앙에 전시된 조각품도 그의 작품이다.

김 작가가 양평청년작가회 회장직을 맡은 이유가 있다. 그는 “양평이 인구대비 미술가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하지만, 아직 양평의 미술 발전을 이끌 미술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심지어 그토록 많은 미술가가 있지만, 미술재료상조차 없어 재료를 사러 다른 도시로 가야만 하는 실정이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이 꿈꾸는 미술 도시 양평의 미래상은 ‘미술이 전문가와 일부 선택받은 사람만 즐기는 고급예술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턱이 낮은 미술’이다. 그는 “지금까지 양평청년작가회가 미술관이 아닌 운동장과 폐호텔 등에서 실험적인 작품활동을 해왔다. 청년작가회는 앞으로도 양평의 미술이 군민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실험적인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가 이끄는 양평청년작가회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활력을 잃어가는 시골 마을에 미술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그 중의 하나는 가칭 ‘도시재생 프로젝트’라는 전시회 이름을 달고, 쇠락해가는 마을 전체를 전시장으로 삼아 미술가들이 해석한 도시재생을 실험적으로 보여 줄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김 회장은 양평이 내실 있는 미술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자기 생각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양평이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원로작가들의 작업공간이 집결되는 도시가 된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젊은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양평의 군립미술관이 원로 회고전 못지않게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폭넓게 전시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양평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팔릴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하는 데 미술계의 노력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30년이 가까이 작품활동을 해온 김태규 작가 자신도 작품활동으로 번 수입은 전체 수입의 10% 미만인 게 현실이다. 나머지 90%는 그가 ‘노가다’라고 부르는 수많은 임시직에서 나온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제작하는 현장에서 ‘석공노임을 받고’ 제작에 참여하는 일이 그가 생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작가 김태규가 새로운 양평청년작가회 회장으로 내디딜 발걸음은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또래 젊은 작가에게 ‘양평에서 작가로 살아남기’를 위한 절절한 노력인 것 같다.

양평=장세원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