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집 더미처럼 눈이 많이 내렸어요
할아버지는 나를 길주 역에 내려 놓고 아버지와 언쟁을 하시다가
다시 건너온 철교로 되돌아 가셨지요
그게 마지막 이었어요
아버지도 가신지 오십 여년
나 죽기 전 북쪽 길 뚫리면 백두산까지 걸어 올라 갈려고 했지요
고향은 언제나 평화롭고 양지 바른 곳이었는데
겨울이 와도 뒷 산등성이에 올라
미끄럼을 탔었는데
어찌해서 우리는 이렇게 고향조차 잃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이불 봇짐에서 내렸을 때
함박눈이 펑펑 내려와
어머니 머리 위에 소복히 쌓였었어요
어머니는 수건으로 머리 눈을 터시며 함빡 웃으시던
그 겨울은
조병기
1972년 <시조문학> 3회 천료 이후 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현대문학> 시 천료. 시집 < 가슴 속에 흐르는 강> <바람에게> < 솔바람 소리 > 등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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