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베트남에는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펄럭이는 행복한 날이었다.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박항서 감독이 만든 매직은 아시안게임 4강과 스즈키 컵 우승으로 챔피언을 만들었다. 박항서 감독 한 사람이 만들어 낸 리더십의 극치는 베트남 전국을 챔피언(Champion) 열풍에 빠뜨려 국민을 즐겁게 만들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베트남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게 즐겼을까 하는 부러움 마저 든다.
요즘 극장가에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8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인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곡 중에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이라는 곡이 나온다. 이 노래가 나올 때면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떼창’을 부르며 함께 즐기는 행복감에 모두가 젖어든다. 응원가로도 널리 알려진 이 곡을 부르면서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것임을 느낀다. 누가 과연 진정한 챔피언이 될까. 어찌 보면 박항서 감독이 챔피언이 된 것이나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팀워크를 만드는 정신이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가 부상 선수에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것이나 프레디 머큐리(록밴드 퀸의 보컬,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가 몸이 아픈 것을 견뎌 내고 팀원들과 화해해 그들과 더불어 위대한 공연을 만들어 낸 것 자체가 팀워크의 근원이 됐다.
둘째는 ‘노 타임 포 루저스’(No time for losers, 패배자를 위한 시간은 없어)라는 가사가 ‘위 아 더 챔피언’에 나온다. 패배자가 된다는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최선을 다했는데 왜 고개를 숙이느냐”는 말이 베트남 고교 논술 시험 문제로 나올 정도로 최선 그 자체가 우리를 승리자로 만드는 것이다. 우린 최선을 다해 계속해서 싸워나갈 때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리처드 닉슨은 “인간은 패배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난다”라고 말했다. 패배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시간만이 챔피언의 모습이다.
세 번째는 열정이다. 프레디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박항서 감독의 승리에 대한 열정이 챔피언을 만들었다. 열정 없이 만들어지는 일이 있을까.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제가 “두려움 없이 함께 전율하라”라는 것이다. 두려움 없이 모두가 어떻게 전율할 수 있을까. 전율은 가슴 떨림이고, 즐거움은 마음과 몸의 떨림이다. 열정이 우리를 떨리게 한다. 열정 2%의 시간은 전체 시간의 98%를 지배한다고 한다. 내 삶의 2%를 열정으로 채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문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해결하는 데서 희망을 품게 돼 경쟁자보다 앞선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챔피언의 길은 쉽지 않다. 시합의 챔피언, 인생의 챔피언이 되는 비전이야말로 우리를 더 노력하게 하고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가수 싸이의 노래 ‘챔피언’에 보면 “소리 지르는 네가, 음악에 미치는 네가, 인생 즐기는 네가 챔피언”이라고 했다.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행복에 있다. 시간을 인생을 즐기는 그 속에서 행복을 얻는 것 그가 바로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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