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출산율을 인구대체수준이라고 하는데,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은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나타나 생산 가능 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이 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저출생 문제에 당면하게 되었으며, 인구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시작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때의 인구정책은 산아제한 정책이었다. “아들 딸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과 같은 홍보포스터가 전국에 붙었다. 산아제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한 결과 1983년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인구대체수준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후에도 출산억제정책은 그 기조를 유지하다가 2006년에 이르러서야 출산장려정책으로 전환되었으며, 이때의 합계출산율은 1.13명이었다.
과거의 출산억제정책은 성공적이었지만 현재의 저출생 대응 정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개인의 욕구와 정책 방향의 불일치와 관련이 있다. 산아제한정책의 성공은 자녀 수가 적어지면 가계부담이 감소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개인의 욕구와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잘 맞물린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저출생 대응 정책은 정부의 의지는 있으나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1인 생계부양자모델의 붕괴, 일-가족 양립의 어려움과 같은 현실의 여러 문제들과 맞물려 효과성이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나 자녀 양육 및 교육에 대한 부담이 큰 현 세태에서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와 같은 출생의 책임을 가족중심으로 환원하는 정책관점은 개인과 가족에게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출생률이 높은 유럽 국가들의 정책 방향성을 보면 출생률 제고보다는 가족과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성평등 수준이 높고, 근무시간이 유연하며, 공공보육시설이 잘 되어 있는 특징을 보이며, 그 결과 여성의 사회진출 또한 활발하다. 우리 사회 역시 출생을 개인과 가족의 영역에서 해야 할 일로 규정하기보다는 사회가 함께해야 할 일로 바라보고, 일-가정양립이 가능하고,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이 완화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가족단위로 출생과 관련한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을 넘어서는, 사회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 및 인식개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노경혜 道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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