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내외 정세 큰 흐름과 거시적 차원의 통찰력 필요

제임스 매티스 미국방장관이 사표를 냈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군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본인의 항의성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다. 시리아는 시아파의 맹주격인 이란과 수니파인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 간의 헤게모니 싸움의 틈바구니 속에서 지난 7년간 시리아 내전으로 갈등과 충돌을 빚고 있다. 시리아는 소수파인 시아파와 다수파인 수니파로 구성되어 있는 가운데 지금 정권은 친러시아편인 시아파의 아사드가 잡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뛰어 들어 쿠르드 민병대 등의 협조를 받아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편에 섰었다. 그러던 미국이 이제는 일방적으로 철군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리아는 친러시아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될 것이 뻔하다. 시리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그동안 미군의 지원과 협조를 하였던 쿠르드족을 터키가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격전지에서의 ‘전우’인 쿠르드를 모르는 척 할 수는 없다는 매티스의 ‘소신과 의리’가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지난 90년대에도 쿠르드를 배신하여 많은 쿠르드족이 후세인의 손에 희생당한 적이 있다. 게다가 시리아에서 미국을 도왔던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경우 앞으로 아프간과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 민병대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안다.

매티스는 평생 군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명령에만 따른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멀리 보고 깊게 생각하여 최선의 방안을 강구한 사람이다. 그런 그도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을 비롯한 참모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미국의 국익과 관련된 중요정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때로는 공공연하게 참모를 망신 주는듯한 스타일을 더 이상 참고 견딜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사표를 낸 매티스 장관은 2019년 2월 28일까지 남으려고 했으나 트럼프은 2019년 1월1일자로 해임시키고 부장관을 대리로 임명한다고 한다. 그런데,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매티스장관 만큼 미국인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람을 찾기는 더욱 쉽지 않을 것 같다. 더군다나 지금 미국의 국내 정치 정세가 많은 유능하고 믿을 만한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기를 머뭇거리게 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아무튼 후임 장관에 좋은 사람의 인선이 우리 한미관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우려 속에서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동맹의 한 쪽 파트너인 것이다.

한편으로 미국 국방장관의 사표가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앞으로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와 이에 따른 터키의 쿠르드 축출이 진행된다면 많은 쿠르드 서민의 희생을 보게 될 것이다.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나치게 남의 나라에 맡기거나 의존하게 되면 겪게 되는 현실의 모습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도 우리의 안보태세와 안보의식을 한번쯤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언제까지나 미군만 있으면 우리의 안보는 ‘이상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나라가 아무리 태평해도 안보를 위한 준비와 대비를 하지 않으면 불행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역사와 국제정세의 흐름을 통해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 정세의 큰 흐름과 거시적 차원의 통찰력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한 국제 동맹체계를 강화하되 우리 스스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단단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전인범 前 특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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