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그해 겨울에 보내는 악상

너랑 같이 갔던 길은

혼자 가는 길이 낯설다

문득 네가 갔던

종점에서 겨울밤을 맞는다

그래서 춥다

그때도 추웠지만 너와 같이여서

체온을 유지하고

곧 종점에 다다르기 전

번복할 것이라는 슬픈 기대를 억누르고

종점에서 막차를 태워 보내는 것으로

이별을 약속했다

막차를 탄 지도 확인치 못해 두려웠던 밤

온통 그 밤도 다음 다음 밤도

기억은 회색의 그림자로만 정박했고

거짓말 같이 낮과 밤이 갔다

일 년이 온통 추운 겨울이면 좋겠다

그래서 그해 겨울에 머물고 싶다.

최복순

<서울문학>으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한국경기시인협회,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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