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이 밝았다. 필자는 지난달 무술년을 마무리하며 송년 워크숍을 가졌다. 2017년 포항에 이어 이번 워크숍은 군산을 방문했는데, 두 지역은 당시 지역경제 상황이 매우 열악했던 곳이다. 연수 동안 여러 곳을 방문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군산공설시장이었다. 이는 필자의 관심 연구 분야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근래 애청하는 방송프로그램이 골목상권, 소상공인 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요식업계 마이다스의 손 백종원 대표가 요식업 자영업자들의 애로를 파악하고 노하우 전수를 통해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는 과정을 담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바로 그것이다.
이화여대 앞 골목, 충무로 필동, 공덕 소담길 등에 이어 현재 방영하고 있는 청파동 숙대 앞 골목까지 벌써 10여 개의 쇠락한 골목들을 돕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대전 청년구단 편이다. 청년구단은 대전 출장 때에 간혹 지나다닌 곳이기도 하지만 중기부 청년창업지원 사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중기부의 청년몰 사업은 핵심 상권 등 성장성이 높은 곳에 집단 상가를 조성하고 각 부처, 민간 등이 지원해 청년창업을 육성하고자 2016년부터 시작됐다. 이 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9대1 비율로 기금을 조성해 전통시장 내 청년상인들을 위한 기반시설 및 공용공간을 조성한 뒤 창업의지가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서류평가, 면접 등을 거쳐 전통시장에 입주시킨다.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 교육 및 마케팅 등 청년몰 1곳당 10~30억 원의 조성금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시작 당시, 청년창업을 육성해 취업난을 해결하고, 동시에 전통시장을 살릴 구세주로 떠올랐지만, 방송에서 비춰진 대전 중앙시장 청년몰의 실상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필자가 방문했던 군산공설시장 청년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말 중기부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청년몰 입점 점포의 4분의 1정도가 개장 1년 이내에 휴ㆍ폐업했다고 한다. 또한 14개 청년몰에 입점한 점포 274개의 월평균 매출액은 338만 원으로, 이는 2018년 기준 상권정보시스템상의 음식접종 월평균 매출액이 3천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전통시장이 젊은 청년들로 북적일 거라는 기대도 빗나갔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잡고 있던 활까지 놓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계속해서 청년몰 개장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27일에 개장한 진주 비단길청년몰에 이어 올해 새롭게 개장을 앞둔 청년몰은 경동시장(서울)을 비롯해 6개로, 총 175개 점포 개점을 계획하고 있다. 전국 28개 지역의 청년몰 중 기존에 부진한 운영실적을 보이는 청년몰들과 함께 신규로 개점할 모든 청년몰들이 어떻게 하면 청년창업 육성과 전통시장 부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할 때다.
필자는 기존 청년몰의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창업’과 ‘홍보부족문제 해결’을 필수 개선과제로 꼽고자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백종원 대표는 ‘우리나라 시장은 그리 크지 않은데, 외식업 시장은 포화 상태’라고 말하면서 ‘준비도 없이 외식업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도록 문턱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모든 청년창업가들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통해 살펴본 청년몰의 민 낯은 그야말로 준비되지 않은 창업의 전형을 보여줬다. 창업을 준비한 청년들의 준비 부족도 있겠지만, 청년몰 입점심사기준강화와 교육 및 마케팅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홍보미흡도 기존 방식의 한계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기존에는 지자체별로 형편에 맞춰 홍보 동영상, 탁상달력 제작 등의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홍보물들을 접할 수 있는 접점이 부족하고, 소비의 주체이자 소비트렌트를 선도하는 젊은 층의 생활방식과 다소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기존의 인바운드식 홍보활동에서 적극적인 아웃바운드식 홍보활동이 필요하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수치를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6.4%, 독일 10.4%, 일본 10.6% 정도인데, 한국은 무려 25.5%에 달한다. 좁은 나라, 적은 인구, 높은 요식업 자영업자는 그야말로 박 터지는 시장이다. ‘청년몰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청년몰에 입점하기만 하면, 누구든 찾아오겠지’라는 태도는 더 이상 낙관론자로 불리기보다 무모한 사람으로 치부된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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