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

올해 겨울은 지난해 10월부터 지속되는 전국적 가뭄과 눈까지 적게 내려 강수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강원도 일부 동해안에서는 마실 물까지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구리시와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서 6건의 산불로 47.5㏊에 이르는 면적이 소실됐다.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 건조기로 지표면이 메말라 있어 산불 확산이 빠르고 진화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소방청은 전년 전국에서 산불이 993건, 도내에서는 249건이 발생했는데 이중 90%가 실화 요인이라고 발표했다. 산불 발생은 낙뢰로 인한 자연현상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입산자의 담뱃불, 취사 및 논ㆍ밭두렁에서 소각 부주의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반사회성을 띤 방화 범죄에 의해서도 발생하고 있다.

기상요인에 의한 산불예방은 한계가 있지만 실화 요인은 ‘산불재난위기대응매뉴얼’에 의한 기관의 공조체계가 긴밀하게 유지되고 입산자가 산불예방에 적극 협조한다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산불 발생 원인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도 보고 체계적인 재난대응을 하고 있다. 실제 세계 곳곳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의해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거 도심지역으로 분포되었던 주거지역이 도시화로 외곽으로 확대되고 레저인구 증가로 펜션, 음식점, 휴양시설이 산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건축물 화재가 산불로, 다시 산불이 건축물 화재로 연계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은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시간으로 보통 화재신고 후 30분 이내이다. 그 이유는 최초 발화지점에서 100m 이내에서 연소를 저지해야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골든타임을 위해서 반드시 정예화된 진화인력이 정비된 진화 장비로 충분한 소화용수를 확보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진화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 구경꾼만 많은 현장일 뿐이다.

골든타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주민이 신속한 산불을 신고하고 초기 진화작업을 전개하다가 소방대에 인계해 완진에 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에서는 산불장비가 주민의 접근성이 양호한 곳에서 비치하여 유사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골든타임 이후 산불 진화가 어려운 것은 연소 면적이 넓고, 소방대의 접근이 용이하지 못한 곳으로 급속하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강한 바람에 불티가 날아가는 ‘비화(飛火)’로 ‘17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시속 130㎞(초속 36m)의 강풍으로 빠르게 번져 단 3초 만에 축구장 하나의 면적이 소실된 기록이 있다.

요즘 가까운 산을 찾아 일상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입산자가 늘고 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산림생태계가 완전히 회복하는 30년을 기다리는 ‘우(憂)’를 범하지 않도록 모두가 산불예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권현석 남양주소방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