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허무한 리더십의 허상

작년 말 여당 지도부와 송년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렬해서 성과가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초 신년 인사말에선 소득주도성장은 언급 없이 “우리 경제를 바꾸는 현 정책 기조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했다. 고용 참사, 자영업 대란, 기업투자 급감, 분배 악화 등 경제가 꺾이는 상황에서 정책의 오류와 부작용을 비판한 언론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기억에도 생생한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 “자동차와 조선 산업이 좋아지고 있다”는 작년 발언을 보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정신분석학적 정치·사회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용신 교수는 ‘지도력의 허상’이란 책에서 이른바 ‘리더십’이라는 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집단의 성격에 따라 리더십이 결정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지도자의 병리적 성격과 비합리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이 분열(schizoid)적 요소와 편집(偏執 paranoid)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자기 의지보다는 친노와 주사파에 얹혀 있기 때문에 얼핏 민주적으로 보이나 진짜 정책결정 과정에선 한발 물러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권력의 속성상 모든 정치행위에 대해 나름 계산을 하고 있으나, 분열적 성격은 위기상황이 되면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레토릭과 떠넘기기 정치를 구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편집성은 항상 정의의 아군과 불의의 적으로 구분해 상대방(보수·재벌)을 쓰레기로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차이점은 쓰레기라는 직접표현보다 적폐니 저해세력이니 하는 다소 완화된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내성적 성격에 기인하나 결론은 똑같다.

전문가의 분석을 참고해 일반인들이 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세계에 대해 몇 가지 추려보면 첫째, 겸손하나 고집이 세고 경청은 하나 말을 듣지 않는다. 둘째, 지적(知的)으로 보이나 덕(德)이 부족하다. 셋째, 독서와 교유(交遊)의 폭이 좁아 협량(狹量)하고 대인의 풍모가 없다. 넷째, 자기편이 아닌 사람들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지금 문 대통령은 파탄지경의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하나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보통 일이 아니다. 실패한 경제정책을 도그마처럼 끌어안고 가겠다는 건 독선이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뜻에 따라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력들이 요지부동이다.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도 물 건너갔다. 대통령의 허무한 리더십은 나라 전체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 준다.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한계점 혹은 임계점(臨界點)에 다다르면 결정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곧 우리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꿈과 이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고달픈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희망은 가져야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지도자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었다간 환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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