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램 실증사업 도시, 추가로 선정하자

설 연휴 직전, ‘예타 면제 사업 선정’ 뉴스는 귀성길 예매보다 더 뜨거운 이슈였다.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뉴스 쓰나미에 묻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수원시 숙원사업 관련 뉴스가 있었다. 바로 ‘무가선 저상 트램 실증노선 사업 공모’다. 수원시는 전선 없이 배터리로 달리는 노면전차인 무가선 트램을 도입하기 위해 9년을 준비했다. 그동안 노하우를 바탕으로 트램 국가 실증 연구사업에 공모했지만 탈락했다. 수원시가 실증노선 공모에 제안한 구간은 수원시가 계획한 트램 노선 중 일부인 장안문에서 수원종합운동장까지 1.5km 구간이었다. 하지만 트램 도입 문턱에서 좌절됐다.

‘트램 국가 실증 연구사업’은 쉽게 말하면 자동차를 사기 전에 시승해 보는 것이다. 트램이 실제로 잘 운행될 수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시험운행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차가 잘 달리기만 한다고 구매하지 않듯이, 단순히 기술적·기계적 작동 여부를 살펴보는 것은 아니다. 트램과 타 대중교통 간 환승체계, 미세먼지 문제, 구도심 재생, 그리고 시민과 기관장의 도입 의지·열정 등이 평가의 주요 잣대가 돼야 한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이번 평가 결과는 트램의 정착을 위한 효과적인 실증사업 구간 선정이라기보다는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부산의 ‘오륙도 노선’은 원래 철도가 달리던 곳이다. 갈등요소가 적고, 지역 주민이 트램 도입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점 등이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정작 노선 자체는 관광 기능에 치우쳐 다양한 각도에서 트램을 연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원시는 오래 전부터 트램 도입을 주장해온 대한민국 트램 도입의 산증인이자 역사이다. 트램을 단순히 출퇴근 교통수단, 관광용으로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트램을 바탕으로 자동차가 중심이 된 교통체계를 ‘사람 중심 도시교통 체계’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수원시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제안도 있다. 트램 종점에 국내 최초로 트램과 직접 연결되는 북수원복합환승센터를 설립해 트램 정류장에서 고속버스·시외버스로 환승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풍부한 공유 자전거 인프라를 활용한 자전거와 환승도 고려했다.

인구밀도 전국 2위 대도시로서 각종 도시문제를 미리 경험했다는 점은 트램을 설치하면서 발생할 다양한 갈등요소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 값진 자산이다. 운행 노선에 철도역, 문화유산, 행정기관, 스포츠경기장, 전통시장, 자연자원 등 도시의 모든 구성요소가 있는 수원시 트램 모델은 그야말로 다른 도시의 ‘트램설치 매뉴얼’이 될 수 있다.

지방균형발전의 논리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실증과 검증이다. 수도권·비수도권의 잣대에 얽매이지 않고, 수원을 비롯한 다양한 도시가 트램도입을 모색할 기회를 추가로 갖게 되길 바란다. 우리시의 경험과 비전을 토대로 중앙정부에 두 가지를 건의한다.

첫째, 이번 실증사업과 별개로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실증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지역 1~2곳을 추가로 선정해, 더욱더 다양한 각도에서 실증 연구사업을 진행하길 바란다.

둘째, 트램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트램사업 예타조사는 경전철 사업을 준용하고 있어 예상 비용이 실제보다 과다하다는 지적이 있다. 트램에 맞는 새로운 기준과 항목을 마련해 경제성 효율성 등을 제대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가까운 시일 안에 다양한 테스트베드(시험대)에서 시민, 중앙정부, 지자체, 전문가가 트램을 주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수원시도 ‘전국 1호 트램 도시’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하게 시민과 정치권, 시민사회와 연대해 수원시민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트램이 주요 도시 간선을 누비고, 버스·전철을 잇고, 도시환경과 교통체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백운석 수원시 제2부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