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지축지구서 도보로 700m… 이용 어려워
道 “사업비 880억 부담 못해” 사업 차질 우려도
신분당선 서북부연장노선 역사 위치를 놓고 경기도와 서울시가 충돌한(본보 1월 9일자 1면) 가운데 서울시가 경기도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의 노선 변경 요구가 반영될 가능성이 희미해지면서 고양 지축지구 등에 거주하는 도민 수만 명의 발이 묶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신분당선 서북부연장노선 내 역사 1곳(진관중교 인근)의 위치를 지축지구 인근으로 변경해달라는 도의 공문에 한 달이 넘도록 답신을 하지 않는 등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신분당선 서북부연장노선 사업은 서울 용산~고양 삼송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총 노선연장 구간 18.47㎞ 중에는 도내 구간 3.3㎞가 포함돼 있다. 도와 고양시는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해당 구간에 대한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 부담 금액은 88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서북부연장노선의 역사 위치 변경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장 올해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고양 지축지구 주민 2만 2천여 명이 향후 교통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 지축지구는 면적 118만 2천937㎡ 규모로 9천144호(2만 2천800여 명)가 들어선다. 현재 계획 중인 신분당선 서북부연장노선이 그대로 진행되면 지축지구 주민들은 도보기준으로 700m가량 떨어진 역사까지 이동해야 해 현실적으로 역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도는 수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역사 위치 변경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8월 ‘고양 지축지구에 거주하는 도민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지축교 인근(도보기준 450m)에 역사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과 지난달에도 비슷한 요청을 했지만, 서울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요청에서 도가 88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부담 거부’ 카드를 꺼내 든 만큼 사업 추진 자체에 대한 난항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원당~태리 광역도로’는 사업비 분담비율을 두고 김포시와 인천시 간 갈등을 빚다가 김포시의 예산 투입 거부로 지난해 무산 위기에 처했던 바 있다..
도 관계자는 “서울시가 도의 요청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며 “도민들의 교통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서울시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한다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신분당선 서북부연장노선의 역사 위치를 변경해달라는 도의 요청에 공식적인 공문으로 답신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구두로 수차례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며 “기존 역세권에 포함됐던 서울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에 역사 위치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여승구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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