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보란 듯이 우리들의 예상외 결과에 도달하고, 북미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국제관계는 다시 복잡한 환경에 처하게 됐다. 미국과 북한이 다시 대화를 바로 이끌어가기도 어려울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경제개발과 관련된 국내외정치에 대한 심정 변화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미국 국내정치에서 수세에 몰린 트럼프대통령이 동북아국제정치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이를 어떻게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도 판가름하기 어렵다.
여기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기다리며 북미회담의 순조로운 결과 도출을 기다리던 한국 정부나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늘이 들었다. 앞으로 북미회담이 그리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과 현재 정부가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한국의 보수세력은 트럼프의 결정을 사필귀정으로 본다. 즉,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국내 여론이 한국 정부의 역할을 주장하는 부류와 미국 트럼프의 결정을 지지하는 부류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여론은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트럼프 스캔들에 대한 지지와 반대 및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정치에 대한 미국인의 자긍심이 주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자국이 배제되던 것을 걱정하던 일본은 안보의 한숨을 쉬며 트럼프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이번 북미회담에서 북미관계의 개선에 대해 걱정하던 중국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미군 영향력 약화라는 자신들의 숨을 뜻을 이루지 못한다는 모순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모두 같았을 것이다. 평화와 인류 번영을 존중하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가치관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정치 환경이 보편적 인간의 가치관과 모두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이번 회담결과는 미국의 여론이나 보수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협의를 해 그가 미국 국내정치에서 열세인 위기를 해결하려 하는 행위가 미국의 국익을 해친다는 걱정이 결국 미국인으로서 트럼프의 결정에 도달한 것 같다.
미국이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이는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반대로 김정은이 생각했던 비핵화는 한반도에서 핵과 전략무기를 제거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이다. 즉, 미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정치에서 한 국가의 비핵화를 다룬 것이라면 북한은 자국과 주변환경이라는 상황에서 체제안정 및 주변의 평화적 환경조성을 통한 경제발전에 그 목적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국내정치 상황이 이런 방향으로 나가는 현실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었을 수 있다. 이는 강대국 국제정치에서 강대국들의 이익이 약소국의 환경을 결정하는 악습과도 비슷하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상을 포함한 여러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각자의 국가이익과 부합되는 일들을 다루는 것이지, 미중을 뛰어넘은 세계정치와 경제를 고려하지는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에 진행될 미중협상에서 북한문제는 어는 정도 미국과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한국과 북한의 동력이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일본에 줄 수 있는 이익보다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간에 교역할 수 있는 국가이익이 크다는 것은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한다. 이제 한반도의 문제는 주변국들과의 문제 외에도 남북한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국내 정계와 시민사회의 교류와 통합을 기반으로 한 역량도 중요하다고 본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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