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낡은 몸피
수년 그리 살아왔나
저체온증 배 맞대고 온기 나눠 여는 길목
철조망 농섬이 웃고 상처로 핀 쑥부쟁이
깊은 밤 잠 못 들어
환히 피던 조명탄 빛
훌쩍 지난 긴긴 세월 벽화로 남아있다
썰물이 싹 쓸어가도 속도 깊은 저 갯벌
해안가 철조망 따라
들며날며 오가던 새
감자밭 흰 꽃 필 즈음 창문 걸어 닫았다
고온리 마을 입구에 널브러진 덧난 상처
촛농은 탑 쌓으며 살풀이로 녹이는 한(恨)
밤새껏 그적거리며 이적(移積)을 꿈꿔본다
멀리서 새벽을 몰고 들어서는 아쟁소리
송유나
<월간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회원. 서울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매향리 :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미군 사격장. 이제 사격장은 문을 닫고 탄피만 수북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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