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꺼지지 않는 ‘한유총의 불씨’

이명관 사회부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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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듣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그랬던 한유총이 경기지역에서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도내 사립유치원 원장 292명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사립유치원 학급운영비 지원금 등 지급거부처분취소’ 소송이다. 소송을 제기한 상당수 유치원 원장들은 한유총 소속이라고 한다. 이 중에는 얼마 전 사임 의사를 표명한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도 포함됐다.

이에 이 교육감은 “한유총은 반드시 해산되어야 할 단체다”라고 못박았다. 이번 고소를 당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유총으로부터 6번 고발을 당해서, 새삼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는 반응이다. 또한 교육기관은 책임질 때 분명하게 책임져야 한다며, 국민과 학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조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달 초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가진 부모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은 유치원이 제때에, 제대로 개원하느냐에 쏠렸다.

한유총이 개학 연기 투쟁을 벌이면서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 당국의 강한 압박과 아이들을 볼모로 한다는 국민의 싸늘한 비난 여론에 곧바로 백기를 들었다.

실제 도내 1천31개 사립유치원 중 개학연기를 강행하고 미운영한 유치원은 단 1개원뿐이었다. 970개원은 4일 예정대로 개학과 입학해 정상 운영했다. 나머지 60개원은 자체 돌봄을 운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결국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도 이뤄졌다. 완강하게 반대했던 대형 사립유치원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덕선 이사장이 설립한 화성의 유치원도 에듀파인을 도입했다.

이뿐이 아니다. 한유총이 주도한 집단 개학연기는 헌법상 교육권과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업자 단체의 구성사업자에 대한 부당 활동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교육부의 신고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유총 사태는 ‘용두사미’식으로 이렇게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한유총은 백기를 들면서도 단서를 붙였다. 당시 사태의 책임을 여전히 정부와 여당에 돌렸다. 한유총은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사립유치원 자율성 유지와 생존이 불가능하다”면서 “교육부·여당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으나 제대로 된 협의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한유총이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붙인 이 같은 단서가, 또다시 반복된 소송제기로 이들의 진의였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또 하나는 한유총의 차기 이사장 선출이다. 이덕선 이사장이 ‘개학연기 투쟁’ 실패 책임을 지겠다며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한유총은 차기 이사장에 김동렬 한유총 수석부이사장이 단독 출마, 오는 26일 대의원 총회에서 새 이사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김씨 또한 강성으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한유총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들 한다.

한달 가까이 진행된 일련의 과정에서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 등의 강경한 방법이 모든 유치원들의 입장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결과를 놓고 보면 소수의 강경파들이 높인 목소리에 대다수 유치원들이 휩쓸린 것은 아닌가도 싶다.

한유총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인 것은 맞다. 다만 이번 한유총의 주장이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은 아이들을 볼모로 했다는 부분이 가장 크다. 또한 술, 자녀 학비, 명품가방은 물론 성인용품까지 불과 몇 개월 전 유치원 교비를 사적으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만들어진 불신의 벽도 한없이 높기만 하다. 당연히 국민들은 아직 잊지 않고 있다.

이명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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