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의 운전비서인 나는 기관장의 일정을 책임진다. 집에서 출발해 사무실로 오는 동안 하루의 일정을 보고하고, 대외일정에는 최적의 수행 동선에 따라 이동한다. 기관장이 회의 등 통상적인 업무를 보는 동안에는 차량을 점검,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주유나 세차 등 일상점검을 통한 관리·유지를 진행한다. 혹자는 기관장이 업무를 보는 동안 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꼼꼼한 차량관리가 다음 운행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운전원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운전원인 내가 차량의 운전대를 잡고 안전운전에 힘쓰고 있다면, 우리 생활에는 누군가가 정책결정자로서 정책운전대를 잡고 있다. 운전을 잘하고 사소한 장점들이 기관장과 잘 맞는 사람이 자동차 운전원으로 채용된다면, 정책을 잘 알고 그 정책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투표로 선출된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국회의원과 대통령까지 우리 손으로 투표로 선출하고, 정책을 좋은 방향으로 운전하라고 한다. 운전대를 내어준 것과 마찬가지다. 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곳곳에도 정책운전자가 있다. 공직선거는 아니지만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에 대한 조합장선거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의 위탁관리 하에 전국 동시에 실시되고 있다. 또 선관위 관리가 아니어도 학교에 가면 학생회장을, 회사에 가면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를 치른다. 당장 집 대문만 열고 나와도 엘리베이터에 아파트 동대표 선거와 관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해진 시기에 따라 치러지는 공직선거가 아니라도 일상생활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꽃’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다. 우리는 늘 투표를 하고 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투표를 했다고, 이제 정책운전대를 온전히 맡겼다고 편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자동차의 운전대를 맡기면 안전을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듯 정책의 운전대를 맡기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한 결정을 맡긴 것과 같다. 그래서 어떤 분야의 정책운전은 누가 하고 있는지, 또 잘하고 있는지 자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잘하고 있다면 칭찬을, 못하고 있다면 따끔한 질책을 통해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정책운전자를 선출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정책운전자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많은 관심을 둘수록 정책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운전을 하다 보면 빨리 가고 싶기도 하고, 보는 눈이 없으면 사소한 교통법규는 위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정책운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정책운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자주 살펴보고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공직선거기간이 되면 선관위에는 많은 민원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곳곳에 출마자들의 현수막이 주변 상가 영업을 방해한다든지 각종 확성기 및 영상장치 소음이 너무 커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는 민원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한다. 그렇게 요란하던 선거운동도 투표가 끝나고 당선인이 결정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해진다. 매번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이제 투표는 물론, 그때 그 사람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일상생활 중에서도 틈틈이 살펴보는 건 어떨까.
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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