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우리는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함께 걸어간다

2010년 2월 3일 영국 런던 소더비에서 예술품 경매의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일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현대 미술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Walking man)’이 경매에서 6천500만 파운드(한화 약1만1천190억원)에 팔렸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뉴욕 경매에서 팔린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파이프를 든 소년’이 기록한 미화 1억420만 달러였다.

스위스 화폐(스위스 프랑) 100프랑 지폐에도 나오는 자코메티와 ‘걷는 사람’이 무엇이기에 현대 예술품 경매의 최고 기록을 세웠을까. 자코메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이 가진 절망, 상실 그리고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그의 작품인 183cm의 아주 앙상한 인간, 청동 조각상, ‘걷는 사람’을 통해 형상화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인간은 대중 속의 고독한 실체이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나가야 하는 인간의 본질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즉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고 한다. 걷는 존재로서 인간의 철학적 고찰을 차지하더라도 개인들이 모여 우리라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이 공동체가 사회로서의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함께하지만 홀로이며 홀로이지만 같이 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계속 걸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빨리 가기 위해서는 홀로 가지만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걸어가야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본질이기도 하다.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는 걷기의 의미를 천착(穿鑿)하면서 지난 2016년부터 인천지역의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돕기 위한 자선 나눔 걷기를 진행해왔다. 나눔걷기의 기획 목적은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의 경제사회적 여러 어려움을 함께 생각해보면서 인천시민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개최되었다. 이 나눔걷기는 올해로 제4회를 맞이한다. 지난 3년간 약 2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하면서 명실상부 인천 최대의 자선 나눔걷기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는 인천지역의 많은 후원업체가 나눔의 뜻을 함께했으며 무엇보다도 인천지역의 많은 시민이 함께 걸으면서 나눔의 뜻에 동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에도 4월 20일 인천대공원 어울림마당(구 야외음악당)에서 오후 1시부터 나눔걷기가 개최된다. 특히 이번 나눔걷기는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와 인천지방경찰청이 함께 기획하는 ‘희망지킴이’ 프로젝트가 공식 시작되면서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을 형성해주는 것은 시간과 경험이라는 항상적 요소라고 한다.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더불어 함께 라는 의미보다는 경쟁을 미덕이라 합리화하며 살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외로움과 군중 속의 고독함을 시간과 경험이라는 항상적 요소라고 인식하며 우리 자신을 형상화한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라는 시간과 경험의 항상적 요소를 만들기 위해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야 한다.

이경호 대한적십지사 인천광역지사 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