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보다 더 환히 흔들리는 벚꽃에 ‘안’자가 가려져
보이다 말다 한다
이 지독한 안개를 고무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자동차 매캐한 매연이 상상력의 질감을 울퉁불퉁하게 치대놓을 때
여기저기 개들끼리 컹컹대는
개다발지역 개잦은지역
안개 속에서 빼꼼히 벚꽃 구경하는 수많은 개지역들
밤에도 빛나는 저 푸르른 야생의 눈빛들
얼핏얼핏 드러나는 붉은 잇몸 사이 번쩍이는 날카로운 덧니들
그 덧니들에 찍히고 찢어질 삶과 죽음 사이
너는 4기통 나는 6기통의 본능을 갖고서
낮고 느리게 짖어대는 끝날 줄 모르는 욕설들
점점 지축이 흔들린다
들개 한 마리
로켓포 추진기 발사체가 된 엉덩이 뒤로
바짝 뒤쫓던 들개끼리 엎치락뒤치락
지우려고 용쓰다 지우지 못해 더 지저분해진 사고 다발지대의
백내장 걸린 감시카메라 속에 ‘사자의 서’가 누워있다
개다발지역 너머 졸음휴게소 너머
십자가를 짊어진 견인차 줄줄이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김은옥
2015년 <시와문화>로 등단. 한국작가회의, 창작21작가회, 우리시, 현대시학회, 청미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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