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기울어진 운동장, 소상공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소상공인은 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이라든지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자를 의미한다. 특히 소상공인은 우리나라 사업체 수의 86%, 종사자의 38%, 국내 GDP의 3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이다. 또한, 세계적인 기업인 스타벅스나 나이키도 소상공인에서 시작했고, 삼성·LG와 같은 기업들도 처음부터 대기업이 아니었음을 고려한다면,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씨앗이다.

하지만, 700만명으로 추산되는 소상공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하루하루 위태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는 지금껏 소상공인을 위한 기본법조차 갖추지 못한 채, 소상공인 보호라는 공허한 외침만 반복한 결과이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하에서 중소기업이 국가의 보호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1966년 이래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중소기업 정책은 ‘중소기업기본법’을 근거로 한 다양한 시책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소상공인은 비전문성과 영세성 탓에 과다경쟁과 경영악화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중소기업의 한 유형으로 취급해, 대부분 중소기업 정책에다 일부 소상공인 정책을 끼워넣는 식으로 실시하다 보니 실제로 소상공인의 현실과는 괴리된 실효성 없는 정책이 많았다. 일례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경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단체의 소상공인 회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너무 낮게 정한 탓에 다수인 중소기업이 시장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해 오히려 중소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부작용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지금까지 소상공인은 체급이 전혀 다른 중소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등 제대로 된 법적 근거 없이 방치됐다. 유통대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침탈할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법조문 하나 바꾸고자 수년간의 시간을 허비한 것도 어쩌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기본법이 없는 상태에서 그때그때 개별적인 법률로 땜질식 대응을 해왔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업종은 진입장벽이 낮고 생활밀착형 사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기존 중소기업 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따라서 소상공인들이 경제주체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소상공인을 위한 모법(母法)으로 ‘소상공인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영역의 보호, 복지 문제, 지원방안 등을 모두 포괄하는 독자적인 법체계를 구축해 맞춤형 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법정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연합회 등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각종 정부정책의 수립에도 적극 그 목소리를 반영해 줘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쏟아내지만, 정작 소상공인을 위한 나라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동네맛집이 오직 소문만으로 대형프랜차이즈 기업을 밀어내듯, 소상공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대기업과 외국계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한 운동장, 그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소상공인의 외침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이승기 변호사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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